[스포츠서울 | 파리=정다워 기자] 한국 양궁의 ‘간판’ 김우진(청주시청)은 이제 ‘레전드’다.

김우진과 임시현(한체대)은 2일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혼성 단체전 결승에서 플로리안 운루, 미셸 크로펜(독일)에 세트 점수 6-2(36-38 38-35 38-37 39-38) 승리하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김우진과 임시현은 나란히 남녀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혼성 단체전까지 동반 2관왕에 등극했다. 펜싱 사브르 오상욱에 이은 ‘파리 2관왕’의 탄생이다.

더불어 한국은 지난 도쿄 대회에서 신설된 혼성 단체전에서 2회 연속 챔피언에 등극했다.

혼성전에서 김우진의 활약이 빛났다. 김우진은 16강부터 결승까지 압도적인 기량으로 금메달 획득의 일등공신이 됐다.

파트너 임시현은 16강에서 흔들렸다. 8점을 하나 쐈고, 9점도 네 발이나 기록했다. 반면 김우진은 10점만 6발을 쏘며 승리를 이끌었다. 슛오프에서도 변함없이 10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김우진은 8강 1세트엔 9점, 8점으로 주춤했지만 나머지 2~4세트 6발을 모두 10점에 적중시켰다. 임시현도 10점 셋, 9점 셋으로 잘했지만 김우진의 활약이 압도적이었다.

4강 상대 인도도 만만치 않았지만 김우진이 버틴 한국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김우진은 5발을 10점에 넣었다. 중요했던 3~4세트엔 모두 만점을 쐈다.

16강~4강에서 김우진이 기록한 평균 점수는 9.64점에 달했다. 9.28점의 임시현보다 높았다.

결승에서도 김우진은 10점을 3회 기록했다. 나머지 3회는 9점이었다. 임시현이 8점을 세 번이나 쏘는 어려운 상황에서 김우진이 중심을 잡은 게 금메달 획득의 원동력이었다.

김우진은 한국 양궁의 간판 자리를 오랜 기간 지킨 선수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에 오르며 도약한 그는 2012 런던올림픽, 2014 인천아시안게임 진출에 실패했지만, 이후에는 늘 메이저 대회에서 한 자리를 지켰다. 2016년 리우 대회와 3년 전 도쿄올림픽에서는 단체전 금메달을 차지했다. 김우진은 앞선 단체전에서 다시 한번 정상에 서 3회 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김우진은 올림픽 통산 네 번째 금메달을 획득하며 양궁 레전드 김수녕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김수녕은 1988 서울올림픽 개인전, 단체전에서 우승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서도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했다. 다른 종목으로 확장해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4개나 딴 선수는 진종오(사격)가 유일하다. 김우진이 얼마나 대단한 기록을 달성했는지 알 수 있다.

메이저 대회 우승만큼 어렵다는 게 양궁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다. 김우진은 오랜 기간 정상에서 내려오지 않으며 태극 마크를 지키고 있다. 그 정도로 우월한 실력을 장기간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2관왕을 통해 그는 고이는 게 불가능한 한국 양궁계에서 그는 ‘고인물’이 됐다. 우스운 표현으로 고인물이지 사실 ‘레전드’나 다름없다.

에이스인 그에게는 늘 ‘2관왕’이 쉽게 잡히지 않았다. 3년 전 신설된 혼성전에서는 김우진이 아닌 김제덕이 출전해 2관왕을 차지했다. 시간이 지났고 김우진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마침내 그토록 염원했던 2관왕에 등극하며 활짝 웃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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