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지난 1일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서 불이 났다. 메르세데스-벤츠 EQE에서 시작한 화재로 주변 차량 72대가 전소되고 70여대는 화재 피해를 보았다.

연기를 흡입한 아파트 주민 22명은 병원치료를 받게 됐다. 화재 여파로 수도와 전기 공급도 끊겼다. 1581세대가 피해를 겪었고 주민 일부는 인근 행정복지센터, 학교 체육관에서 대피소 생활중이다.

벤츠코리아 측은 아직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화재 원인으로 메르세데스-벤츠 EQE에 탑재된 배터리의 내부단락(쇼트)이 지목되고 있다. 당시 해당 차량은 충전중이 아니었고 주행후 이틀 이상 지나 화재가 시작됐기에 철저한 규명이 필요한 사안이다.

차량 전소로 실질적 화재 원인을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전기차 배터리의 열폭주에 대한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도 사고원인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불이 난 벤츠 차량의 배터리는 중국산 파라시스로 파악된다.

벤츠 EQE는 시장점유율 1위 배터리 업체 중국 CATL의 제품과 10위 파라시스 제품이 병행 탑재하는데, 이번 화재 차량의 배터리는 파라시스 NCM(니켈·코발트·망간) 811로 알려진다. NCM 811 배터리는 니켈 비중이 80%로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 그러나 화재 방지 등 안전성을 보완하는 기술력이 요구된다.

파라시스 제품은 지난 2021년 중국 내 리콜 사례가 있었다. 중국 국영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은 파라시스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3만1963대가 ‘특정 환경에서 배터리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다’며 리콜을 시행했다. 당시 결함을 인정한 파라시스가 리콜 비용을 전액 부담했다.

중국산 배터리의 기술력이 도마 위에 오르며, 장기적으로 한국산 배터리의 반사이익도 감지된다. K배터리는 중국에 비해 기술력이 높다고 평가받기 때문. 이미지 제고를 위해 벤츠 등 전기차 생산업체가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한국산 배터리에 대한 공급을 확대할지 관심이다. 또한 국내산 배터리를 탑재한 현대차·기아 등의 전기차 수요가 풍선효과를 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국토부 내년 2월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를 도입한다. 제작사가 배터리의 안전 여부를 인증받고 제작·판매하는 것으로, 정부가 배터리 안전성을 사전 인증하는 제도다. 그리고 내년 2월부터는 배터리 식별번호를 차량 등록시 별도로 등록하며, 폐차할 때까지 이력을 관리한다. kenny@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