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황혜정 기자] “대표팀 언니, 오빠들, 코치진이 한마음으로 딴 메달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니, 오빠들 고생 많이 하셨는데 더 많은 축하와 응원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신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걸 잘 알고 있는 20세 한국 탁구 국가대표는 함께 땀흘린 동료(전지희 이은혜 임종훈 등)에게 연신 공을 돌렸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김택수·현정화 이후 무려 32년 만에 올림픽 탁구 멀티 메달리스트가 됐음에도 “혼자 이뤄낸 게 아니고 모두가 하나가 되어서 이렇게 값진 메달을 딴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너무 감사하다는 말 하고 싶습니다”라고 동료들을 치켜세웠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탁구 혼합복식 동메달과 탁구 여자 단체전 동메달을 따내고 금의환향한 ‘삐약이’ 신유빈(20·대한항공)이 ‘탁구 신동’에서 ‘탁구 전설’을 향해 간다.

지난 15일간 총 14경기를 소화하는 강행군이었다. 신유빈은 “체력적으로는 문제 없었는데 한 경기, 한 경기 정말 진심으로 임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조금 힘들기는 했다”며 “스스로 잘 비워내려고 했고, 또 많은 분이 도와주셔서 더 끝까지 힘을 냈다”며 또 주변 사람들에게 공을 돌렸다.

적으로 만난 선수에게도 박수를 보냈다. 신유빈은 탁구 여자 단식 8강전에서 히라노 미우(일본)와 풀 게임 명승부 끝에 승리해 한국 선수로는 2004년 아테네 대회 이후 20년 만의 올림픽 단식 4강행을 일궈냈다.

그럼에도 겸손했다. 신유빈은 “히라노 선수가 굉장히 실력 좋고, 경험 많은 선수여서 쉽지 않게 이겼다. 그 선수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줘서 감사했다. 큰 경험이 됐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감사 인사가 끝나질 않았다. 신유빈은 “올림픽뿐만 아니라 이 전부터 모든 경기 하나하나가 정말 소중했는데, 이 과정에서 너무 감사한 분이 많다”면서 자신의 사화관계망서비스(SNS)에도 다시 한번 대표팀 선배들과 코치진, 후원사에 인사했다.

올림픽이란 가장 큰 무대를 통해 또 한번 성장했다. 신유빈은 “올림픽은 정말 꿈의 무대였는데 멋진 경기장에서 대한민국 대표로 경기한 것만으로도 정말 영광”이라며 “큰 대회에서 동메달 결정전을 세 번이나 했다. 이보다 큰 경험은 없다”고 자평했다.

목표는 4년 뒤 2028 로스엔젤레스(LA) 올림픽에서 메달 색을 바꾸는 것이다. 신유빈은 벌써 계획이 있다. 그는 “4년 뒤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당장 앞에 있는 대회 하나하나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만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멀티 메달을 딴 김택수(대한탁구협회 부회장)는 그간 귀여움으로 주목받았던 신유빈이 ‘실력’으로 진정한 스타가 됐다고 평했다. 김 부회장은 “(신)유빈이가 도쿄 올림픽 때는 실력보다 귀여움 등 외적 관심도가 더 높았다. 다음 올림픽에서 이걸 어떻게 보여줄까 했는데 결과로 보여줬다. 항저우 복식 금메달로 실력을 보여줬고 더반 세계선수권 복식 은메달도 따냈고, 올림픽에서 실력으로 2개의 동메달을 따냈다. 이제 유빈이는 진짜 스타”라고 했다.

20세 국가대표가 이제 전설을 향한 항해를 시작한다. 전설이 될 신유빈의 시간은 이제부터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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