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사실상 무주공산이었다. 2022년 활약한 마이크 터크먼과 이별한 후 많은 선수가 외야 가운데에 자리했으나 좀처럼 답이 나오지 않았다. 트레이드를 통한 보강을 고려했을 정도로 난제였다. 2년 연속 10구단 타율 최하위인 한화 중견수 얘기다.

고민이 깊은 만큼 시도한 것도 많았다. 기존 외야수들은 물론, 내야수들도 외야 가운데로 향했다. 지난해에는 막 입단한 신인 내야수 문현빈을 중견수로 기용했다. 올해는 골든글러브 2루수 정은원이 중견수를 봤다. 수비보다는 타격에 장점이 있는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가 중견수로 출장한 적도 있다.

하지만 모두 오답이었다. 2023년 중견수 타율 0.234로 이 부문 리그 최하위. 올해도 중견수 타율 0.219로 2년 연속 최하위를 향한다. 수비 약점을 극복하지 못한 페라자는 최근 지명 타자 혹은 코너 외야수로 출전한다. 공격에 보탬이 되거나 수비에서 안정을 가져올 중견수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5월 중순부터 꾸준히 중견수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장진혁(31)이 8월 들어 날씨보다 뜨겁게 배트를 돌린다. 8월 17경기 타율 0.370 OPS 1.155로 채은성과 함께 무섭게 폭발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통산 홈런이 3개에 불과했던 그가 올시즌만 9개의 아치를 그렸다. 9개 중 5개가 8월에 나왔다. 지난 18일 문학 SSG전에서는 처음으로 한경기 홈런 2개도 쳤다. 23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1회 3점포로 기선 제압을 이끌었다.

처음부터 해답은 아니었다. 장진혁의 5월 타율은 0.235에 불과했다. 6월3일 김경문 감독 부임 후에도 꾸준히 출전 기회를 얻었으나, 6월 타율도 0.254로 빼어나지는 못했다. 7월 타율은 0.196로 더 추락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과거 두산과 NC에서 그랬듯 김 감독은 뚝심 있게 밀고 나갔다. 인내가 결실을 보듯, 장진혁은 최근 2번 혹은 6번 타순에서 잠재력을 터뜨리고 있다.

그렇게 팀 컬러가 만들어진다. 한화는 전반기 팀 타율 0.268(8위), 팀 OPS 0.743(9위)에 불과했다. 후반기에는 팀 타율 0.285(3위), 팀 OPS 0.789(6위)다. 당장 공격과 수비를 다 잡을 수 없다면 공격부터 추구했고, 이 선택이 팀 전체를 반등시켰다.

후반기 안치홍(타율 0.357 OPS 0.933) 채은성(타율 0.354 OPS 1.117) 노시환(타율 0.327 OPS 0.941) 외에 장진혁(타율 0.283 OPS 0.880)과 김태연(타율 0.311 OPS 0.827)도 불을 뿜으며 타격전으로 승리를 쌓는다.

후반기 18승 16패로 5할 승률 이상. 6년 만의 포스트시즌을 바라본다.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 마지막 시즌. 오랜만에 시즌 막바지에도 치열하게 순위 경쟁에 임한다. 종착역이 144번째 경기가 아닌 포스트시즌 경기라면, 이듬해부터 열리는 새 구장 시대에 대한 기대도 자연스레 커질 것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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