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스페인 당구 3쿠션의 ‘리빙 레전드’ 다니엘 산체스(50·에스와이)가 마침내 국내 프로당구 진출 이후 첫 우승을 차지했다.

산체스는 26일(한국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023~2024시즌 3차 투어 ‘에스와이 바자르 하노이 오픈’ 결승전에서 엄상필(우리금융캐피탈)을 세트스코어 4-2(15-2 15-3 15-6 13-15 2-15 15-6)로 누르고 우승했다. 상금 1억 원을 품었다.

아마 시절 3쿠션 ‘4대 천왕’ 중 한 명으로 불린 산체스는 월드컵 15회 우승, 세계선수권 4회 우승 등 화려한 이력을 뒤로하고 지난해 6월 PBA 무대 진출을 선언했다. 그러나 생소한 프로의 환경은 그에게도 어려움이 따랐다. 첫 시즌 9개 투어에서 최고 성적이 32강이었다. 세계 최고 선수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은 활약을 펼쳤는데 1년 4개월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산체스는 2차 투어(하나카드 PBA 챔피언십)에서 처음으로 16강 무대를 밟은 데 이어 이번 대회에선 강동궁(SK렌터카) 이충복(하이원리조트) 루피 체넷(튀르키예·하이원리조트) 등 PBA 강호를 차례로 이겼다.

PBA 원년 2019~2020시즌 5차 투어(메디힐 챔피언십) 이후 4년 9개월 만에 결승 무대를 밟은 엄상필은 프로 첫 우승에 도전했으나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산체스는 1세트를 단 2이닝 만에 끝내더니 2~3세트를 5이닝, 6이닝만에 마무리하는 등 고감도 샷을 뽐냈다. 애버리지 3.461을 기록했다. 역대 결승전 최고 애버리지(3.550) 기록까지 넘봤다.

그러나 엄상필도 4세트에 반격했다. 5이닝 공격 전까지 8-13으로 밀리던 그는 산체스가 2이닝 연속 공타로 돌아선 기회를 놓치지 않고 6이닝에 15-13으로 뒤집었다. 한 숨 돌린 엄상필은 5세트 1이닝 공격을 4개의 뱅크샷으로 연결하는 등 하이런 9점으로 마무리했다. 이어 4이닝까지 공타 없이 남은 6점을 채워 15-2로 승리, 세트스코어 2-3으로 추격했다.

분위기를 뒤집은 엄상필은 6세트도 4이닝까지 6-3으로 리드했다. 그러나 산체스도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3이닝 연속 공타로 돌아섰으나 5이닝에 하이런 7점을 내며 10-6으로 역전했다. 이후 관록을 발휘했다. 6이닝에 2점으로 12-6, 7이닝에 3점을 채워 15-6으로 경기를 끝냈다.

산체스는 우승 직후 “지난 시즌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다. 지금까지 해온 대로 훈련했지만 128강, 64강에서 탈락하고, 승부치기에서 모두 지는 등 심적으로 어려웠다. 그러나 계속해서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 “우승 직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부담이 해소됐다. 지금도 많은 감정이 몰아치고 있다. 어려운 시기를 딛고 우승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대회 한 경기 가장 높은 애버리지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웰컴톱랭킹(상금 400만원)’은 128강에서 애버리지 2.750을 기록한 김영섭이 품었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