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체급 세분화해달라!”
2024 파리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복싱 최초로 메달을 목에 건 뒤 국내 여자 체급 조정에 목소리를 낸 임애지(25·화순군청)의 절규가 통하는 것일까.
국내에서 각종 내홍과 더불어 대중의 외면을 받았음에도 오연지, 임애지 등 톱클래스 선수를 꾸준히 배출한 여자 복싱계에 개혁 바람이 불고 있다.
대한복싱협회는 대한체육회 승인을 얻고 오는 10월 경상남도에서 예정된 국내 최대 규모 종합대회 제105회 전국체육대회에 복싱 여자 고등부 세 체급(51㎏급·60㎏급·75㎏급)을 신설하기로 했다. 올해 말엔 이사회 등 내부 견해를 거쳐 여자 일반부 체급도 기존 세 체급(51㎏급·60㎏급·75㎏급)에서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임애지는 2017년 세계여자유스선수권에서 한국 여자 선수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기대주로 불렸다. 마침내 두 번째 올림픽 무대였던 파리 대회 여자 54㎏급에서 동메달을 품으며 단숨에 간판 선수로 발돋움했다.
다만 그가 세계적인 선수로 더욱더 거듭나는 데 장애물처럼 여긴 게 국내 환경이다. 한국 여자 복싱은 전국체전 등 국내 종합대회 체급이 올림픽, 세계선수권 체급과 다르다. 선수 수급 부족을 이유로 임애지의 체급이 없다. 그는 전국체전에서 60kg급으로 올려 뛴다. 자연스럽게 이 체급 ‘1인자’로 불리는 오연지에게 밀려 매번 2등에 만족해야 한다. 한국 아마 종목 선수는 지자체팀과 단기 계약을 맺으면서 생활하는데 전국체전 성과가 매우 중요하다. 임애지로서는 자기 체급이 없어 손해를 보는 셈이다. 국제 경쟁력을 늘리는 데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올림픽 동메달을 품은 뒤 임애지는 국내에 자기 체급이 없는 것과 더불어 세분화하기를 바라는 목소리를 냈다. 마침내 이르면 내년엔 자기 주 체급에서 뛸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복싱계에서는 체급 논란이 꾸준히 일었다. 최소한 ‘국제 기준’에 맞는 체급 환경을 둬야 인재 풀이 커지고 복싱 부활을 그려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실제 올림픽 남녀 체급은 각각 7체급, 6체급이다. 그런데 전국체전에서 남자는 10체급인 것과 비교해서 여자는 3체급에 불과하다.
지난해 전국체전을 앞두고 복싱 시도협회장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여자 체급을 늘려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복싱협회 차원에서도 체급 신설 요구가 있었으나 체육회 측은 ‘등록 선수 부족’을 이유로 꺼렸다. 그러나 다수 복싱인은 “뼈대(체급)가 갖춰져야 살(선수)이 붙는 것”이라며 “최근 키즈 복싱 바람도 불고 여성 동호인도 크게 늘었다. 체급이 늘면 선수도 분명히 늘 것”이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시 이 회장은 실무자에게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침내 임애지의 올림픽 선전과 더불어 국내 여자 체급에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복싱협회 관계자는 “남녀 모두 올림픽 체급 기준엔 맞춰 운영해야 한다는 견해를 사무국 역시 공감하고 있다”며 “전국체전 고등부 신설 뿐 아니라 (일반부 체급 늘리는 것과 관련해) 올해 말까지 행정은 물론, 현장 지도자와 선수 의견을 더 수렴해서 반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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