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리=김동영 기자] 대한민국 파라 카누 국가대표 최용범(27·KL3·도원이엔씨)이 패럴림픽 선수단의 ‘간판’으로 나선다.

2024 파리 패럴림픽이 28일(현지시간) 막을 올린다. 오는 9월9일까지 12일간 열전에 들어간다. 개회식은 패럴림픽의 상징인 ‘아지토스’가 걸린 개선문과 콩코르드 광장을 잇는 샹젤리제 거리에서 펼쳐진다.

대한민국 선수단 기수도 정해졌다. 최용범이다. 개막을 하루 앞둔 27일 파리 패럴림픽 선수촌에서 만난 최용범은 “기수로 선정됐다고 들었을 때 많이 기뻤고, 가문의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경기는 많이 해봤지만, 기수는 처음이라 더 떨린다”고 말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최용범을 기수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올림픽을 목표로 했던 선수가 다시 패럴림픽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 패럴림픽은 장애를 갖게 된 이후에도 새로운 꿈을 꿀 기회의 장이다. 도전을 멈추지 않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최용범은 패럴림픽 선수단의 단복을 후원한 스파오가 제작한 기수복 네이비 재킷, 태조 이성계의 곤룡포에 새겨진 오조룡을 오마주한 금박 자수, 그리고 조선 시대 문무 고위 관리들이 외교사절이나 왕의 행차 시 착용했던 주립(붉은 갓)을 착용하고 등장할 예정이다. 한국의 역사적 권위와 선수들의 뛰어난 기량을 동시에 표현한 복장이다.

비장애 카누 선수였던 최용범은 지난 2022년 3월 교통사고를 당해 왼쪽 다리를 절단했다. 이후 부여중 시절 은사였던 주종관 코치의 권유로 파라 카누를 시작했다. 쉽지 않았다. 중학생 선수들과 연습경기에서 완패하며 자존심을 구기기도 했다. 주 코치의 지도와 응원 덕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최용범은 “다시 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던 만큼 천천히 끌어올리면 충분히 괜찮아질 거라고 하셨다”며 “위로도 많이 해주셔서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파라 카누를 시작한 지 불과 10개월 만에 패럴림픽에 출전하게 됐다. “2년 전 큰 사고를 당하고 1년 동안 재활 치료를 받던 내가 패럴림픽에 출전한다는 건 상상도 못 하던 일이다”며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게 생각하며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또 있다. 패럴림픽 무대를 밟는 대한민국 최초 파라 카누 선수다. “다른 생각은 버리고 내가 준비한 것에 대해서만 집중하고 있다”며 “그냥 준비한 만큼 좋은 성적을 내보자는 생각이 큰 것 같다”고 이를 악물었다.

최용범의 목 양옆에는 오륜기 타투가 새겨져 있다. 그는 “21살 때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생각하고 새겼다”며 “지금 생각해 보면 굉장히 의미 있는 타투인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간절히 바랐던 태극마크를 달고 꿈의 무대로 나서는 최용범은 목표에 대해 “모두 같겠지만, 나도 금메달만 생각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준비한 세리머니가 있냐는 질문에는 “메달을 딴다면 기뻐서 어떤 세리머니를 할지 나도 모르겠다”고 웃은 뒤 “배에서는 춤을 추긴 힘들 것 같지만, 손으로 물을 치는 정도의 세리머니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raining99@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