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체육회를 거치지 않고 내년 생활 체육 예산 416억원을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지방 체육회에 직접 교부하기로 합의를 모으면서 주요 종목단체는 우려 목소리를 냈다.

A협회 사무처장은 29일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예산을 지자체에 주면 우리 같은 비인기 종목 단체에 (돈이) 들어오겠느냐. 동호인이 많은 배드민턴 등 선거에 유리한 쪽에 지원이 많이 갈 가능성이 크다. 정치적 목적으로 돌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B협회 사무처장도 “다수 종목 단체에서 동호인이 많은 종목에 (예산 지원이) 편중되리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며 “과거 엘리트와 생활체육이 통합됐을 때도 문체부에서 예산 직접 교부를 시행한 적이 있다. 당시 종목단체는 예산 확보로 문체부의 말을 잘 들어야 할뿐더러 체육회 눈치까지 봐야 했다. 양 단체 기싸움에 등이 터졌다. 문체부가 그래서 포기한 것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냈다.

첨예한 대립 구도를 이어온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생활 체육 예산 교부 방식으로도 충돌하고 있다. 문체부는 체육회를 거쳐 지자체, 종목단체에 교부한 생활체육 4200억 원 중 9.9%에 해당하는 416억 원을 내년부터 지자체를 통해 직접 집행하도록 하겠다고 공표했다. 전날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종목단체와 일부 시도체육회 관계자, 공무원 등은 생활체육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선거로 악용돼 비인기 종목 지원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과 더불어 문체부가 주장하는 ‘매칭 밑그림’ 역시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라는 것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앞서 예산 직접 교부 의지를 두면서 “지역 주민의 선호와 시설 등을 고려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방비와 50-50 매칭을 통한 생활체육 지원 예산의 규모를 키우기 위한 차원”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한 지역 생활체육팀 담당자는 “일부 시도에서 (정부의) 줄 세우기를 벌써 걱정한다. 인구가 감소하면서 지방비가 소멸하고 세수가 부족한 곳이 늘어나고 있지 않느냐. 예를 들어 정부에서 20억 줄 테니 지자체에서 20억을 내놓아 40억으로 종목을 활성화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20억을 받기 위해 지자체 예산을 체육에 투자하는 곳이 많을 것 같으냐”고 되물었다.

체육회 관계자는 “이제까지 (문체부의 예산 직접 집행과 관련해서) 현장 우려 목소리를 정리해 정부와 국회 일부 의원께 자료를 제공했다. 그럼에도 정부에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이라며 “마지막 남은 국회에서 최대한 방어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지자체에서도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지방비든 국비든 내년 예산을 12월에 배정한다. 1,2월에 사업 과제를 내려받은 뒤에야 추진해야 하는데 매칭이 쉽지 않다. 둘째는 인력 문제다. (시도 공무원은) 가뜩이나 바쁜데 (체육) 사업계획 수립하고 사업비 교부하는 등 체육회가 할 일을 떠안아야 한다는 데 불만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인구 걱정이 큰 일부 지방으로서는 예산 집행이 어렵다고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편, 문체부는 ‘체육회 패싱’ 예산 직접 집행이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견해에 “국민체육진흥법의 내용은 국가와 지자체가 체육진흥에 관한 사무를 수행할 수 없다거나 모든 체육 예산 집행을 대한체육회가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국민체육진흥법 33조는 경기단체와 생활체육 종목단체 등의 사업과 활동에 대한 지도와 지원, 체육 대회의 개최와 국제 교류, 선수 양성과 경기력 향상 등 전문체육 진흥을 위한 사업, 체육인의 복지 향상, 국가대표 은퇴선수 지원사업의 주체로 대한체육회의 설립을 명시한 조항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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