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리=김동영 기자] “돌아가신 아버지께 메달을…”

대한민국 배드민턴 대표팀 최고령자 정재군(48·울산중구청)이 자신의 처음이자 마지막 패럴림픽에서 값진 은메달을 품었다. 돌아가신 아버지께 바치는 메달이다.

정재군은 1일(현지시간) 유수영(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함께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배드민턴 남자복식(WH1, 2등급) 결승전에서 중국의 마이지앤펑-취즈모조에 세트스코어 0-2(10-21 12-21)로 패해 2위에 올랐다.

패럴림픽 첫 출전이다. 패럴림피언이 됐다. 참가만 한 것도 아니다. 당당히 은메달리스트가 됐다. 금메달이었으면 더 좋았을 뻔했다. 미치지 못했으니 어쩔 수 없다.

1976년생으로 올해 48세인 정재군은 배드민턴 선수단 최고령자다. 때문에 그는 번번이 “이번이 마지막”이라 말하곤 했다.

정재군은 “사실 목표는 2020 도쿄 패럴림픽이었는데 출전하지 못했다. 이후 정말 노력을 많이 했고, 겨우 출전하게 됐다. ‘메달 하나라도 가져가자’고 생각했는데 그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돼 너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재군은 2007년 작업 중 척추골절 사고로 장애인이 됐다. 재활병원에서 우연히 장애인 배드민턴을 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운동을 시작했다. 힘든 운동 과정에서 그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사람은 아버지다. 그러나 더는 볼 수 없다.

정재군은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항상 내가 배드민턴 하는 걸 궁금해하셨다”며 “대회에 나가면 잘하면 잘했다고 축하해주시고, 좀 못하면 ‘그 정도만 해도 잘했다, 괜찮다’고 격려해주셨다”고 말했다.

정재군의 아버지는 지난 6월 세상을 떠났다. 정재군은 “패럴림픽 출전 소식을 전했을 때 상태가 조금 좋아지셨었는데, 스코틀랜드 대회 가기 며칠 전에 돌아가셨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패럴림픽에서 메달 색깔과 관계없이 뭐든 꼭 따서 가져다 드리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는데 이룰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며 “아버지 사랑합니다”라고 외쳤다.

정재군은 2일 토마스 반트슈나이더(독일)와 단식(WH1 등급) 동메달 결정전을 치른다. 정재군은 “독일 선수는 무려 60대”라며 “나보다 나이는 많은데 단신인 나와 비교해 190㎝ 장신이라 최대한 집중해서 반드시 메달을 추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raining99@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