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강렬한 승리 공식이 이번에도 이어졌다. 그러면서 빠르게 매직넘버를 줄여간다. 독주 체제를 형성한 KIA가 고지를 향해 꾸준히 달린다.

변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2위가 쫓아오면 곧바로 꺾는다. 주말 빅매치도 그랬다. KIA는 지난달 31일과 1일 삼성 원정 2연전을 모두 가져갔다. 화끈한 타격전이었던 첫 경기는 15-13 승리. 두 번째 경기는 초반 삼성 에이스 원태인에게 고전하는 것 같았으나 중후반 흐름을 바꾸며 6-5로 이겼다.

이로써 KIA는 2위 삼성과 격차를 6.5경기로 벌렸다. 정규시즌 우승 확정 매직넘버 ‘12’. 경쟁팀 삼성을 이기면서 매직넘버가 2개씩 줄었다.

매직넘버를 크게 줄인 결과만큼 과정도 의미가 있다. 1일 경기가 특히 그랬다. 뎁스의 힘을 증명했다. 5-5로 팽팽했던 9회초 이우성이 결승타가 된 적시 2루타를 쳤다. 6개월 전 무주공산으로 여겨진 KIA 1루 자리가 더 이상 약점이 아님을 증명했다.

숫자만 봐도 그렇다. 유일한 약점으로 꼽혔던 오른쪽 핫코너가 향상됐다. 올시즌 1루수 타율 0.285 OPS(출루율+장타율) 0.774. 타율은 5위, OPS는 7위다. 지난해에는 1루수 타율(0.240) 8위, OPS(0.655)는 9위였다. 이우성과 변우혁이 1루를 맡는데 둘 다 커리어 하이 시즌을 바라본다. 올시즌 이우성은 타율 0.306 OPS 0.802. 변우혁은 타율 0.307 OPS 0.838을 기록했다.

1루뿐이 아니다. 사실상 거의 모든 포지션에서 부상이 발생했음에도 대체자가 빈자리를 메웠다. 시즌 초반 유격수 박찬호 부상을 박민과 홍종표로 극복했다. 이의리와 윤영철 두 선발 투수가 오랫동안 이탈하고 있는데 황동하와 김도현이 로테이션을 돈다. 마무리 투수 정해영도 6주가량 이탈했지만 전상현이 뒷문을 책임졌다. 정해영이 돌아온 지금 KIA 필승조는 업그레이드됐다.

나성범이 부상으로 빠졌을 때는 이창진과 박정우가 외야를 맡았다. 최형우가 아팠을 때는 한준수가 최형우 대신 지명타자로 나서 왼손 클러치 히터 구실을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젊은 선수들이 성장했다. 변우혁은 타석에서 정확성이 생겼다. 한준수는 왜 자신이 2018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KIA 유니폼을 입었는지 알렸다. 공수에서 두루 뛰어난 포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을 실현하는 한준수다.

144경기 마라톤에서 가장 중요한 뎁스를 펼쳐 보였다. 장기 레이스에서 부상 변수를 피할 수 없는데 KIA는 변수마다 이를 해결할 대체자를 준비시켰다. 마냥 2군에서 훈련하고 실전에 임한 게 아니다. 비시즌 호주와 미국. 시즌 중에도 미국에서 특별한 훈련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게 육성에 전력을 다했다.

1군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치열하게 싸운다면, 2군은 언제든 1군을 지원할 수 있게 뒤에서 치열하게 준비했다. 미국 훈련에서 돌아온 김기훈이 불펜에서 힘을 보탠다. 에이스 제임스 네일이 큰 부상을 당한 지 60시간도 안 된 상황에서 대체자와 접촉하는 기민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핵심 선수 부상 이탈을 극복했고 어느 때보다 풍성한 한가위를 기다린다. KIA는 오는 15일까지 홈인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9경기를 치른다. 추석 연휴 시작점까지 홈 9경기에 임한 후 원정 3경기. 연휴 막바지 주말인 21일에 다시 홈에서 NC와 맞붙는다. 매직넘버를 고려했을 때 앞으로 13경기 이내, 21일쯤 페넌트레이스 우승 축포를 쏘아 올릴 수 있다.

최근 두 번의 우승과는 다르다. 2017년과 2009년 모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페넌트레이스였다. 2017년에는 수원에서 열린 마지막 2경기까지 치른 후 1위를 확정했다. 2009년에는 2위 SK와 경기 차이 없이 승률에서 앞서 1위에 올랐다.

올해는 훨씬 안전하다. 강한 뎁스로 추격자를 매번 뿌리치며 편안하게 독주한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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