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과거 일명 ‘증권가 찌라시’로 시작한 가짜뉴스가 도를 넘어섰다.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막말’이 마치 언론 보도와 같이 작성돼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제재 방안이 없어 피해자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프로야구 KT위즈 황재균과 걸그룹 ‘티아라’ 지연의 이혼설이 끊이지 않은 가운데, 최근 새벽 6시쯤 한 술집에서 황재균이 포착된 것. 그 자리에는 몇몇 여성들도 동석한 것으로 알려져 이혼설에 기름을 끼얹었다.
해당 사진은 각종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했다. 불과 하루가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황재균의 불륜설을 조장하는 가짜뉴스까지 더해 밤새 인터넷 커뮤니티가 떠들썩했다.
지난 7일 페이스북 ‘영화정보특공대’ 페이지에는 ‘“네가 황재균 불륜녀지?” 현재 황재균 불륜녀로 지목된 여자 연예인 Top4’라는 내용과 함께 스포츠 아나운서 두 명과 프로골퍼 선수 한 명의 실명과 사진을 게재했다. 섬네일에서의 ‘Top1’에는 블러로 처리했지만, 누가 봐도 알아볼 수 있는 스포츠 아나운서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짜뉴스 속 ‘Top1’의 주인공은 황재균의 배우자인 지연이었다.
황재균의 불륜녀로 지목된 3인은 평소 그와 친분이 있거나 과거 스캔들이 있었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문제의 사진 속 인물이 아니었다. 이날 현장에 있지도 않았다.
피해자 A씨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휘둘리고 싶지 않다. 괜히 대응했다가 일만 더 커지는 것이 걱정”이라며 “네티즌들이 가짜뉴스를 알아서 거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난 양심에 거리낌이 없다. 다만, 악의적인 의도로 일을 키운다면 법적 대응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피해자 B씨는 “가짜뉴스에 대응할 가치가 없다. 거짓 정보로 인해 피해자와 그의 가족들이 겪는 고통은 생각하지 않는가. 가짜뉴스가 양산돼 피해자들이 생기는 것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가짜뉴스는 정치적 목적으로 시작해 방송인에게까지 확대됐다. 2010년대 SNS 사용이 확산하면서 완전히 조작된 거짓 정보가 언론으로 위장한 형태로 빗발치고 있다. 게시자들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은 채 ‘아니면 말라’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
AI 기술의 발달로 단순 사진·영상 합성을 넘어 실제와 구분하기 힘든 상황. 최근에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허위 영상물(딥페이크) 범죄로 번져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다.
그러나 가짜뉴스의 정확한 근원지를 알 수 없어 수사에도 난항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심리상담사는 “SNS가 대중화되면서 특히 유명인의 삶에 관심이 많다. 이 안에 시기와 질투, 어떻게든 시선을 끌고 싶어 하는 은둔형 외톨이들 사이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 정신과 치료가 최우선이지만, 이들은 마음의 병을 고칠 생각이 없다”라며 “가짜뉴스로 인해 결국 무조건 속을 수밖에 없게 된다는 ‘탈진실의 시대(Post-truth era)’에 도래했다. 경찰과 검찰의 강력한 수사와 처벌법이 가장 절실한 때”라고 강조했다. gioia@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