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영화 ‘베테랑’(2015)는 직구였다. 정의로운 형사 서도철(황정민 분)이 악으로만 점철된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 분)를 향해 돌진하는 게 이야기의 골자다. 오는 12일 개봉을 앞둔 ‘베테랑2’는 변화구다. 빌런으로 보이는 인물에 선과 악이 교묘히 섞여 있다. 관객에게 복잡한 고민을 던진다.

나쁜 놈들을 때려잡는 광역수사대 형사팀은 골치가 아프다. 특이한 형태의 살인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범행이 완벽해 수사에 진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CCTV가 도처에 있고 두 번의 살인은 용납할 수 없는 과학수사의 시대에 연쇄살인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혹시 조직적인 살인 집단이 나온 것 아니냐는 두려움도 생겼다.

경찰이 손을 못 쓰는 사이 범인은 대범했다. 누굴 죽일지, 다음 타깃을 예고했다. 또 명분도 챙겼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악인만 골라 죽였다. 죽이는 형태도 특이하다. 범죄자로 인해 피해를 받은 사람이 죽은 방식과 같다. 피해자가 옥상에서 떨어져 두개골이 파손돼 죽었다면, 범인도 높은 곳에서 떨어뜨려 두개골이 깨지도록 해 죽이는 것이다. 대중은 그를 시비와 선악을 판단하는 상상의 동물로 인식, ‘해치’라 불렀다.

‘베테랑2’에 다크히어로가 나타났다. 선이 굵은 액션 코미디였던 ‘베테랑’의 류 감독은 9년 만에 사적복수와 다크히어로를 끌고 왔다. 옳은 살인과 나쁜 살인이 있냐는 질문과 함께다. 아무리 나쁜 놈이라도 사회가 합의한 대로 처벌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방식과 극한의 악인에게 인권 따위는 사치라는 주장이 충돌하는 형태다.

어려운 질문은 액션으로 풀어냈다. 오프닝 시퀀스부터 남산 타워 추격전, 빗 속 액션, 하이라이트까지, 눈을 완벽히 사로잡는다. 정해인, 안보현 등 액션을 도맡은 배우들은 붕붕 날아다닌다. 액션에서 인물의 감정이 오롯이 전달된다. 흠 잡을 수 없는 무술이다. 사적 복수는 어떤 방식으로든 옳지 않다는 답도 내렸다.

다크히어로의 등장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드라마에서 오랫동안 주요 소재로 쓰인 사적 복수가 지나치게 익숙한 소재기도 하고, 시원하게 악을 때려잡길 기대한 ‘베테랑’ 팬들에게 어려운 숙제를 내준 셈이기도 해서다.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이나 디즈니+ ‘비질란테’ 등 기존 다크히어로를 내세운 작품에선 빌런의 서사에 시간을 충분히 할애한 반면 ‘베테랑2’는 인물의 연기만으로 이미지만 전달했다. 빌런의 색이 분명하지 않아 서도철에게 온 마음을 쏟기 어렵다.

또 사적복수의 등장은 공적 시스템의 빈 틈에서 출발하는 데 반해 ‘베테랑2’는 이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질문은 어려운데 답은 너무 쉽게 떨어져, 허무함이 남기도 한다.

시즌1을 답습하지 않으려 했던 감독의 의도는 엿보이지만, 속시원한 사이다를 원했던 팬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는 의문이다.

놀라운 건 정해인의 연기다. 순수하고 해맑은 ‘엄친아’(엄마친구아들)의 이미지를 띠면서 서늘한 눈빛도 뿜어냈다. 액션에서도 상당한 재능이 엿보였다. 정해인이 몸을 움직일 때마다 쾌감이 느껴진다.

황정민과 오달수, 오대환, 장윤주, 김시후의 앙상블도 눈에 띈다. 기다렸다는 듯 치고 빠지는 대사와 연기에 깊이가 있다. 그 안에서 유머도 자연스럽게 피어나온다.

올 추석 극장가에 적수 없는 단독 개봉작이다. 변화를 준 ‘베테랑2’가 이전과 같은 흥행으로 영화계의 구원투수가 될지 주목된다. ‘인질’(2022) ‘모가디슈’(2022) 등 위기 때마다 영화계에 찾아온 추위를 돌본 외유내강이란 점에서 응원하게 되는 지점이 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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