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10년 간 겨우 열 두 작품 밖에 못한 무명 배우였다. 연기자가 6년은 연기를 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냈다는 말이다.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이 방송되기 전까진 ‘듣도 보도 못한 잡놈’(듣보잡)에 불과했다.

배우 최영준은 본인도 자신의 처지를 분명히 인지했다. 연기력은 그 누구보다 출중했지만, 타인과 관계 맺는 부분에서 딱딱했던 면이 있어 쉽게 연기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방호식을 연기한 뒤 그의 재능을 알아본 콘텐츠계는 앞다퉈 그를 활용했다. ‘왜 오수재인가’ ‘안나라수마나라’ ‘블랙2:영혼 파괴자들’ ‘패밀리’ ‘이로운 사기’ ‘사냥개들’ ‘경성크리처’까지 쭉 달렸다.

시간이 남을 땐 곧 극단을 찾았다. ‘돌아온다’ ‘아트’ ‘마우스트랩’ ‘98퍼센트’ ‘2시 22분 - A GHOST STORY’ ‘이기동 체육관’ ‘그때도 오늘’ ‘연극열전: 킬롤로지’까지다. 이 모든 작품이 2022년 이후 공개됐다.

얼굴이 수척해질 정도로 작품에 몰두한 이유에 대해 갈증을 언급했다. 지쳐 쓰러져가며 연극 무대에 오른 뒤 “연극은 조금 쉬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도 잠시 또 좋은 작품을 만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연습에 매진했다. 스스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처럼 연기했다고 언급했다. 연극 무대에서 분명한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매체로 넘어온 것에 미련이 남았다는 것이다.

쉼없이 연기하는 중에 사랑도 키웠다. 최영준은 오는 10월 20일 서울 모처에서 웨딩마치를 울린다. 친인척 및 지인들을 초대해 비공개로 예식을 치른다. 예비 신부는 비연예인이다.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언급을 아끼고 있다.

최영준이 연기를 하는 목적에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감정을 알기 위함”이라고 했다. 넷플릭스 ‘경성크리처’(2023)가 공개되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어떤 마음을 갖고 연기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 욕망으로 공부와 수행을 하듯 연기한다. 이런 마음으로 오랫동안 연기하고 싶다. 연극이나 드라마나 원하는 만큼 연기하진 못했다. 한이 풀어질 때까지 열심히 달려볼 계획이다”라고도 덧붙였다. 아직 한이 많이 쌓여있다고 했다.

그런 그가 결혼을 앞두고 있다. 결혼은 또 다른 인생의 출발이라 한다. 가장으로서 지켜야 할 대상이 생긴다. 연기자로는 얻지 못할 또 다른 감정을 알게 될 가능성이 크다. 나오는 작품마다 굵직한 힘을 보여준 최영준이 얼마나 더 깊은 배우로 성장할까. 배우와 연기가 전부였던 최영준이라서, 결혼 역시 연기적 성장에 토대가 될 것이란 생각이 먼저 든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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