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부산=함상범 기자] 요즘이야 ‘혼밥’(혼자 밥 먹는 행위 줄임말)이 자연스럽지만, 10년 전만 해도 ‘혼밥 난이도’ 리스트가 있을 정도로 어려운 미션이었다. 삼겹살에 소주보다 스테이크에 와인이 더 어렵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혼밥을 어려워하는 문화를 깨준 건 일본에서 넘어온 TV도쿄 ‘고독한 미식가’다.
그저 아저씨가 밥을 먹는 드라마일 뿐인데, 일본과 한국, 태국 등 동아시아를 강타했다. 한국에서는 ‘혼밥’(혼자 밥 먹는 행위의 줄임말) 문화가 정착됐다. 이노가시라 고로(마츠시게 유타카 분)이 밥만 먹는 모습이 담긴 ‘고독한 미식가’는 2012년부터 2022년까지 방영됐다. 그리고 내년 3월 개봉을 앞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로 재탄생했다.
마츠시게 유타카는 3일 오전 11시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일본에서 혼자 밥을 먹는 건 그렇게 쓸쓸한 건 아니다. 한국에서 터부시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여러 가지 반찬을 다 같이 먹는 것에 익숙해서 그런지 모르겠다. ‘드라마 덕분에 혼밥이 부끄럽지 않게 됐다’는 말도 들었다. 제 의도는 아니지만,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새로운 문화는 ‘먹방’(먹는 방송)이다. 먹방의 창시자기도 하다. 고로는 늘 천천히 음미하며 꼭꼬 씹어 먹었다. 매우 맛있고 깔끔하게 음식을 해치웠다.
“다른 작품을 볼 때 드라마 주인공이 먹는 장면이 신경 쓰였어요. 식문화가 반영돼 있어서죠. 요리를 순서대로 깨끗하게 완벽히 먹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래야 다큐멘터리로서 의미를 가지니까요. 억지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음식을 먹기만 하는데요. 자극이 없어서 오히려 많은 분이 좋아해 준 것 같아요.”
드라마에선 딱히 사연이 없었다. 그저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 밥 먹는 장면만 나왔다. 영화는 다르다. 사연 없는 고로의 음식 탐방에 이야기를 넣었다. 프랑스와 일본을 거쳐 한국의 맛집을 찾아다닌다. 출연만 담당했던 마츠시게 유타카는 각본 및 연출, 각종 섭외까지 도맡았다. 홀로 연출을 맡기 전 마츠시게 유타카는 봉준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무리인 건 알지만 봉준호 감독에게 편지를 보냈어요. 한국에도 오니 같이 하고 싶다고 했어요. 봉 감독이 ‘일정이 맞지 않아서 못 한다고 하셨는데, 완성되길 기대한다’고 했어요. 거장이 기대한다니 꼭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다른 일본 연출가에게 맡기는 것보다, 제가 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어요. 드라마 때는 차려진 밥상을 먹기만 했는데, 이번엔 대본도 쓰고 섭외도 하고 모든 것에 관여했어요. 제가 61세인데, 많은 경험을 하게 됐네요.”
미식가 마츠시게 유타카가 부산을 찾아 처음으로 먹은 음식은 무엇일까.
“전 정말 맛있는 곳은 알려주지 않아요. 방송에 나오면 예약이 힘들잖아요. 제가 먹어야 합니다. 해운대에서 30분 떨어진 곳에 아줌마 네 명이 곱창을 굽는 곳이 있어요. 마치 고향에 온 기분입니다. 벌써 세 번째 방문한 곳에서 어제 저녁을 먹었습니다. 하하.”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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