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효실 기자] 가족들과 담을 쌓고 6년간 방문을 닫아걸고 지내는 남편이 등장했다.

7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서 한집안에서 살면서도 서로 대화가 없이 따로 지내는 ‘격리부부’가 등장했다.

남편은 폭염에도 방문을 꼭 담아둔 채 지내고 있었고, 두 사람이 이렇게 격리된 채 지낸 지는 벌써 6년이나 됐다. 결혼 18년차인 이들 부부는 “함께 외출한 기억이 거의 없다. 마주 앉은 일도 거의 없다”라며 스튜디오에서도 어색한 분위기를 풍겼다.

아내는 “최근에 남편이 협의이혼을 하자고 했다. 내가 믿어왔던 게 다 무너진 기분이다”라고 말했고 남편은 “어떤 대화를 해도 좋지 않게 끝나니까 복잡한 생각 끝에 결국 출연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영상에서 아내는 두 아들과 함께 아침을 준비했고, 남편의 방문은 열리지 않았다. 아내는 “남편이 내가 하는 음식을 안 먹은 지 오래됐다”라고 설명했다. 아빠 없이 식사하는 세 식구는 소곤소곤 대화하는 모습이었고, 아내는 “언제 남편이 화를 낼지 모르니까 조용히 대화하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같은 시각 잠이 깬 남편은 방안에서 가족들이 외출하길 기다렸다 나와 홀로 거실에서 TV를 보다가 방으로 들어갔다. 30도가 육박한 더위에도 꼼짝하지 않고 방에 누운 남편을 보며 아내는 “내가 얼마나 싫으면 저럴까 그런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아내는 두 아들과 근처에 사는 친구집으로 바람을 쐬러 갔다. 연애 시절부터 남편과 알고 지내던 친구 부부에게 아내는 “남편이 혼자서 1박2일 휴가를 가겠다고 해서 이거 촬영인데 그러면 어떡하냐 그랬더니 화를 내더라. 남편이 목소리를 높이면 나는 머리가 하얘진다”라고 말했다.

아내는 “남편이 작년에 집 근처에 전셋집을 얻었다. 지난해 5월부터 남편 회사 사정으로 7개월을 쉬었는데 그때부터 ‘네 얼굴 보면 화가 나’ 하더니, 얼굴을 안 보고 지내는 게 좋겠다면서 집을 구했다. 그런데 안 나가더라. 솔직히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남편은 “방에 들어가는 버릇이 결혼 전에도 사실 있었다. 아버지와 갈등이 많았는데 그때도 부딪히기 싫어서 방으로 들어갔다. 그게 한달 두달 된 적도 있었다. 부딪히기 싫어서 피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아내는 남편의 방문이 열린 각도를 가지고 남편의 심리를 추측하는 경지였고, 패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남편은 “사실 전셋집을 얻겠다고 했을 때 아내가 말릴 줄 알았다. 그런데 그냥 돈을 척 내주길래 나도 오기로 집을 얻었다. 그런데 가보니 내가 너무 초라하더라. 그래서 전셋집을 정리했는데 돌아와도 똑같더라. 그래서 이혼이 답이다 싶어졌다”라고 말했다.

오은영 박사는 “두 분이 성향이 굉장히 다르다. 아내는 논리적인 해결과 선택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남편은 자신의 마음, 감정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아내도 남편이 감정공유가 중요한 걸 알지만 잘 안되지 않냐”라고 물었고, 아내는 인정했다.

오 박사는 “아내분은 MBTI로 보면 순도 100% 사고형 아내다. TTTT다. 이 분은 이해가 되셔야 하는 분이다. 마음도 머리로 이해하는 분인데, 마음은 그냥 느끼는 거다. 남편은 형체가 없는 마음을 아내에게 이해시키기 힘들었을 거다. 그게 나중에 감정이 터져나오니까 ‘왜 화를 내?’ 이러게 된 거다”라고 분석했다.

이어진 화면에서 남편은 거실로 나와 조용히 닭가슴살과 감자로 요리를 했고, 눈치를 보던 아내와 아이들은 식탁에 앉아 조용히 과일을 깎았다. 결국 한 집안에서 두 가족이 식사준비를 하는 요상한 광경이 펼쳐졌다.

남편은 “약간 의도해서 나간 거였다. 원래는 애들이 점심 먹을 때는 안 나간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침 아들의 악기레슨이 있었고, 남편은 만든 요리를 모두 방에 들고 들어가 홀로 먹었다. 그 사이 아내는 식탁에서 두 아이의 공부를 봐줬다.

감정표현이 적은 아내에게 서운한 감정이 차곡차곡 쌓인 남편은 화를 냈고, 그런 감정을 이해 못하는 아내는 남편에게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아내가 거듭해서 정신과 치료를 권하면서, 남편은 실제 우울증과 불안장애에 관한 약을 먹었었다. 하지만 남편은 “나는 약을 먹고 노력했지만 아내가 달라지지 않았다”라고 불만을 호소했다.

이어 “아내가 나를 냉정하게 안 바라봤으면 좋겠다. 산책도 같이 하고 옷도 같이 사러가고 그랬으면 좋겠다. 고생했다 이런 말도 해주고. 난 우리집에서 필요가 없는 것 같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남편은 방문을 닫아건 세월 동안 아내는 물론 아이들과도 데면데면한 관계가 돼버렸다.

오 박사는 “영상 속 가족은 3대1이다. 아내와 아이들은 똘똘 뭉치고, 남편은 혼자서 좁은 방에 들어가 있다. 남편이 아셔야 하는 건 아내는 잔잔한 물 같은 분이다. 화도 안 내고 차분하고 의논이 잘 되는 분이다. 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감정을 알아차리기는 힘들다. 이 분께 말을 안 하면 당황한다. 아내는 그러면 남편이 싫어하는 걸 안 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아내는 “남편이 방 밖으로 나오면 자기가 제일 좋을 걸 아는데, 나와서 같이 부비고 요리해서 같이 먹고 애들이랑 손잡고 나가고 그랬으면 좋겠다. 당신이 문 만 열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데 용기를 내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오 박사는 “남편은 아내와 아이들이 자신을 데면데면하게 대하는 것을 무시한다고 생각하시는데 가족들은 저렇게 문을 닫아걸다니 ‘우리를 싫어하나 보다’라고 생각하는 거다”라며 “일단 방문을 열어놓으셔라.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그 마음으로 밖으로 나오시길 바란다”라고 조언했다.

6년간 꽁꽁 묵은 속마음을 확인한 남편은 “굴 속에 너무 오래 있었지. 미안해”라고 사과했고, 아내는 “내가 이런 사람인 줄 몰랐어. 감정을 느끼는 걸 배우고 연습해볼게”라고 답했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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