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이 위기라고 하지만, 마치 삼성전자만의 이야기 같다. 상상 속 ‘5만 전자’는 현실이 됐다. 장기 투자 차원이라던 희망마저 무너졌다. 외국 ‘큰 손’들도 빠르게 손절하려는 눈치다.
지난 11일 우려하던 일이 터졌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필리핀, 싱가포르 출장을 마치고 닷새 만에 귀국한 날이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1년 7개월 만에 종가 기준 ‘5만 전자’로 내려앉았다. 동시에 외국인 자금도 대거 이탈했다. 이 회장은 현 위기 극복 방안 등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했다. 다른 고위 임원들도 말을 아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3일 이후 23거래일 연속 삼성전자를 순매도, 해당 주식은 총 10조6593억 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7만4400원에서 5만9300원으로 20.3% 하락했다. 시가총액도 444조 원대에서 354조 원으로 줄면서 약 90조 원이 증발했다.
외국인 지분율(월말 기준)은 8월 56.02%에서 9월 53.75%로 2.27%p 떨어졌다. 이는 2004년 같은 기간(-2.57%p)과 비교해 20년 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이때 SK하이닉스 주가는 6.90% 올랐다. 외국인보유율은 54.23%로 삼성전자보다 0.97% 앞섰다. 외국인 순매수도 총합 1위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4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3를 독점 공급했다. 또 5세대 HBM인 HBM3E 8단 제품 납품도 가장 먼저 시작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HBM 5세대인 HBM3E 8단과 12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위한 퀄(품질) 테스트를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수급 측면에서는 2개월 반 만에 올해 7월까지 순매수 규모 이상을 반납했다”며 “최근 외국인들의 SK하이닉스 롱(매수), 삼성전자 숏(매도) 트레이딩을 감안해도 전반적으로 반도체 비중은 축소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는 이미 충분히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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