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누구에게나 첫 사랑이 있다. 지나가다 우연히 본 교복에 떠오르는 얼굴들, 직장인이 느낄 각박함을 알 수 없었던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다. 조영명 감독이 연출한 영화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풋풋하고 싱그러웠던 10대의 시절을 소환한다. 유난히 밝고 행복한 얼굴이 성큼 다가온다.

그 중심엔 진우(진영 분)가 있다. 그야말로 교내 ‘핵인싸’다. 모두와 친하고, 모두에게 장난치고 지낸다. 운동도 잘 한다. 이기든 지든 늘 헤헤 거리며 웃을 뿐이다. 진우가 있는 한 교내에서 상처받는 사람은 없다. 다만 너무 철딱서니가 없어서 피곤할 뿐이다.

선아(다현 분)는 모든 남학생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홀로 곱게 앉아있다. 미모가 수려한 만큼 매사 올바르다. 꼿꼿하게 앉아 수업을 듣고 늦게까지 공부한다. 공부를 하는 데 딱히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학생의 본분이 공부니까 열심히 할 뿐이다. 선생님들의 지지를 받는다.

그런 선아에게 진우의 천진난만함이 침투했다.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진우는 자신감만 넘칠 뿐 노력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노력하면 너무 큰일이 난다’는 게 명분이다. 다현은 코웃음을 쳤다. 노력하지 않고 말만 번지르르한 진우를 공격했다. 오기가 생긴 진우는 책을 들었다. 둘은 급격히 가까워졌다.

대만에서 큰 인기를 얻은 동명 원작을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원작이 가진 풋풋한 10대의 얼굴을 한국식으로 담았다. 진영과 다현이 중심을 잡은 가운데 이민구, 김요한, 손정혁, 이승준을 활용해 극의 분위기를 뛰웠다. 활기찬 에너지가 곧 떠들썩하고 순수했던 학창시절로 되돌린다.

진영은 어려운 미션을 받았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10대의 천진난만한 면을 표현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텐데, 결국 설득해냈다. 치기 어린 10대 남학생에서, 조금씩 정신을 차리고 어른스러워지는 성장을 자연스럽게 그려냈다. 아이돌 출신임에도 연기적인 면에서 흠 잡을 장면이 보이지 않는다. 진영이 잡은 중심 덕분에 다현의 매력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다현은 첫 연기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차분하다. 실제 다현의 성격과 잘 어울리는 선아였다 해도, 안정적이다. 후반부 터지는 감정신도 자연스럽다. 아이돌 활동을 하면서 자신을 감추는 게 익숙했을 다현이 감정을 표현하고 자신을 드러내는 과정 역시 쉬울 수 없었을 텐데, 제법 잘 수행한 편이다. 조영명 감독과 오랜 소통을 앞세워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소녀를 만들었다.

두 사람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친구들로 등장한 이민구와 김요한, 손정혁, 이승준의 역할이 컸다. 30대를 넘거나 혹은 육박한 네 배우는 정신없이 뛰노는 10대를 훌륭히 그려냈다. 작은 것에서 버럭 화를 내거나, 아주 유치찬란한 장난을 하고 기뻐하는 등 그 시절에나 할 수 있는 감성을 매력적으로 표현했다. 다소 어려운 설정이 많았음에도, 배우들이 개인기로 여백을 잘 메웠다.

로맨틱 코미디란 점에서 특별한 주제의식은 보이지 않는다. 누구나가 경험하고 누구에게나 좋은 추억으로 남은 10대의 정점을 공유할 뿐이다. 영화를 보고나면 자연스레 오랜 벗이 생각난다. 괜히 옛날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싶은 충동이 든다. 그 충동이 유쾌하다는 게 포인트다. intellybeast@sportssoe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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