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새해 인사 안 해?”

차태현이 신승환을 난데없이 불렀다. 2009년 12월이었다. 뜬금없는 ‘새해 인사’ 독촉에 차태현 집으로 향했다. 이듬해 5월 결혼할 신부와 함께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무심한 듯 두툼한 흰 봉투가 건네졌다. 5만원 200장, 1000만원이었다. “신혼살림에 보태 써” 차태현 자신의 전 매니저이자 배우 신승환을 살뜰히 챙겼다.

‘베테랑2’에서 정의부장 박승환 역을 맡은 신승환은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새해도 안 밝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불렀다. 축의금 미리 주는 거라고 해서 그 돈으로 예식장 계약했다. 너무 멋있는 형”이라며 “‘베테랑’ 하기 전엔 ‘시계이거 잘 되니까 갖고 가’라 해서 지금도 그 시계를 차고 있다”고 말했다.

둘 인연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차태현이 KBS 슈퍼탤런트 1기로 데뷔했다. 배우를 꿈꾸다 매니저로 먼저 일하게 됐다.

“MBC 탤런트 1차 서류는 통과하고 2차 면접에서 떨어졌어요. 태현이 형 매니저가 오래서 갔더니 ‘태현이랑 같이 다녀봐’라고 하더라고요.”

차태현이 드라마 ‘해피투게더’(1999) ‘햇빛 속으로’(1999) 등으로 막 스타덤에 오르던 때였다. 문제는 운전면허가 없었다. 차태현이 운전을 대신하고 다녔다. 물론 부랴부랴 면허를 따고 매니저로서 본격적인 동행을 시작했다.

신승환은 “한 2년 같이 해보니 돈도 보이고 잘하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더 하면 내가 연기는 못 하겠구나 싶었다. 그때부터 오디션을 보고 드라마 ‘피아노’(2001~2002)로 데뷔했다”고 전했다.

매니저로 일한 시간도 값졌다. 모니터 뒤에 있으면서 숱한 배우들과 감독을 만났다. 어깨너머로 배운 게 자양분이 됐다.

‘베테랑’ 시리즈도 마찬가지였다. 시즌1에서 이름 없는 박 기자로 나왔다. 서도철(황정민 분)에게 “형은 미끼도 안 끼고 낚시를 하려고 그러더라”며 신으로 주목받았다. 시즌2에선 뇌물로 해고된 뒤 유튜버 정의부장으로 변신했다. 박승환이란 이름도 얻게 됐다. 작은 역할이라도 정성을 다한 덕분이었다. 아울러 해치의 존재를 부각하며 사회를 혼란으로 몰고 가는 ‘사이버렉카’ 역할을 했다.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는 역할이다.

인연이 또 다른 인연으로 이어진다. 신승환은 “예전처럼 작품이 많진 않지만, 우스갯소리로 다음 일만 있으면 된다고 말한다”며 “마동석 형이랑 영화 ‘투웰브’에 함께 하게 됐다. ‘베테랑’ 정의부장 덕분”이라고 말했다.

‘베테랑’ 무대인사도 MC를 도맡아 하고 있다. 7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하반기 최고 화제작이 됐기에 남다른 책임감도 느낀다. 신승환은 “스코어가 올라가는 걸 보면서 무대인사를 하니 느낌이 남다르다”며 “전국을 황정민 정해인 등 배우들과 하루 20개씩 무대 인사를 돌고 있다. 가면서 휴게소도 들르고 수학여행처럼 즐기고 있다. 부산, 광주에서 돌고래 소리로 환호해 주실 땐 소름 돋았다”고 웃어 보였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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