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오랜만이다. 일찍이 어린 나이에 배우로 성공한 심은경은 2018년부터 활동 본거지를 일본으로 옮겼다. 한동안 한국과 거리를 두고 해외 활동에 전념했다. 그러다 이명세 감독으로부터 단편영화 ‘더 킬러스’ 출연 제안을 받았다. 이명세 감독을 보며 배우의 꿈을 키운 심은경에겐 그 어느 때보다 감격스런 순간이었다.

‘더 킬러스’는 이명세 감독과 김종관-노덕-장항준 감독, 그리고 조성환, 윤유경 감독이 뭉쳐 제작했다. 어니스트 해밍웨이의 소설 ‘살인자들’을 소재로 각 연출가의 개성에 맞게 확장한 작품이다. 이명세 감독이 심은경을 캐스팅했다는 소식이 돌자, 모든 감독이 ‘나도 심은경’을 외치며 손을 들었다. 결과적으로 심은경은 총 6편의 작품에 얼굴을 비추게 됐다.

심은경은 “이명세 감독님 팬이기도 하고, 리스펙이 컸다. 큰 무언가를 맡기셨을 때 감격스럽기도 했다. 제게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감독님 영화를 보면서 꿈을 키웠어요. 혹시나 다른 배우에게 넘어갈까봐 노심초사하면서 기다렸다. 그러다 다른 감독님들도 제안을 주셨고, 6편에 모두 출연하게 됐다. 다른 평행세계에 살고 있는 ‘수상한 그녀’의 오두리라고 받아들이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실험적인 구조인 ‘더 킬러스’에서 심은경은 매번 다른 얼굴을 그려냈다. 김종관 감독의 ‘변신’에선 신비로운 이미지의 바텐더, 노덕 감독의 ‘업자들’에선 의문의 피해자, 장항준 감독의 ‘모두가 그를 기다린다’에선 잡지 모델, 이명세 감독의 ‘무성영화’에선 정체 불명의 웨이트리스를 맡았다. ‘천의 얼굴’이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얼굴을 단숨에 표현했다.

“정말 신나게 준비했어요. ‘변신’에선 현실과 꿈의 경계에 있는 미스터리한 느낌을 줬고, ‘업자들’에선 속을 알 수 없는 피해자를 연기했어요. 저희 어머니가 직접 목소리 연기를 해주셨어요. 감정신이 많았는데 쉽게 몰입했어요. ‘무성영화’는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이 감독님 디렉션을 최대한 백지화해서 받아들이려고 했어요. 모호함이란 키워드로 제 얼굴이 다양하게 표현됐다면 감독님들의 연출력이 그만큼 뛰어났던 게 아닐까 싶어요.”

감독들은 하나 같이 심은경이 연구파라고 입을 모았다.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그 어떤 배우보다 깊고 예리하다는 의미다. 아울러 예뻐보이려는 데 큰 욕심 없이 오롯이 인물을 표현하는 것에 집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기를 대하는 방식은 비교적 최근에 바뀌었어요. 저는 주로 현장에서 습득해서 익힌 것으로 왓어요. 일본 활동 병행하면서 일어가 미숙하다보니 열심히 읽고 연습했어요. 그러다 보니 작품 전체가 보이고, 더 많은 기술이 익혀지더라고요. 많이 반성했어요. 그래서 연기가 성장했어요. 이번에 리허설도 많이 했죠. 다양한 인물을 폭넓게 연기하기도 했고요. ‘더 킬러스’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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