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공교롭지만 흥미롭다. 이번에도 또 부산 출신이다.

K리그 승강제 역사에서 승격을 경험한 지도자는 14명에 불과하다. 수많은 도전자 중 선택받은 이들은 소수였다. 몇 안 되는 ‘승격 감독’ 중 무려 7명이 부산을 연고로 하는 팀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다.

수원FC(2015년), 부산 아이파크(2019년)에서 두 차례 승격을 이끈 조덕제 현 FC목포 감독은 대우 로얄즈 레전드다. 1988년부터 1995년까지 원클럽맨으로 활약했다. 부산 출신으로 승격에 성공한 첫 번째 지도자다.

2016년 감독 대행으로 대구FC의 1부 리그 진출을 도운 손현준 감독은 잠시지만 1999년 대우 로얄즈 소속이었다.

2017년 경남FC의 승격과 2018년 1부 리그 준우승 돌풍을 이끌었던 김종부 감독은 1990년부터 1993년까지 대우 로얄즈에서 조덕제 감독과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1995년 대우로 복귀해 은퇴하기도 했다.

광주FC가 2019년 승격할 때 지도력을 증명한 박진섭 감독은 대우 로얄즈 후신인 부산 아이파크에서 2009~2010년 뛰었다. 당시 아이파크 대표 선수였다.

지금은 K리그에서 가장 잘 나가는 광주의 이정효 감독도 부산 출신이다. 1998년 대우 로얄즈에 입단해 2008년 아이파크 시절까지 한 팀에서만 뛴 원클럽맨이다. 로얄즈와 아이파크에서 모두 뛴 부산 클럽의 살아 있는 증인으로 볼 수 있다. 이정효 감독은 2022년 광주의 승격을 견인했다.

이정효 감독과 승격 동기였던 대전하나시티즌의 이민성 전 감독도 1996년부터 2002년까지 로얄즈, 아이파크에서 활약했다. 이 감독은 기업구단으로 전환한 대전의 1부 리그 진출을 이끌었다.

그리고 올해. FC안양의 역사적 승격을 만든 유병훈 감독도 부산 출신이다. 1995년 로얄즈에 연습생으로 입단해 아이콘스라는 이름으로 있던 2004년까지 부산에서 뛰었다. 선수 시절 그리 유명하지는 않았지만, 당시엔 구단 대표 ‘꽃미남’이었다.

유독 부산 연고 클럽에서 뛰었던 지도자가 연이어 승격에 성공하는 것은 기묘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부산 출신 감독에게 ‘승격 DNA’가 흐를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부르는 역사다.

이정효 감독은 “사실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정말 부산 출신 지도자들이 승격에 많이 성공한 것 같다”라며 웃은 뒤 “유병훈 감독과는 선수 시절 친한 사이였다. 최근에도 연락해서 응원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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