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고생하셨습니다~”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배우 류승룡이 벌떡 일어섰다. 가장 멀리 있는 기자에게 손짓하며 무언가를 건넸다. 로또였다. 약 5000원 상당의 로또를 들고 와 기자에게 줬다. 받은 기자는 “이게 뭐냐”며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지난 24일 오전부터 진행된 영화 ‘아마존 활명수’ 관련 인터뷰에 모인 약 50여 매체 기자들에게 손수 로또를 전했다.
처음은 아니다. 올해 3월 1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닭강정’ 홍보 인터뷰 때도 로또를 전했다. 당시에도 5000원어치의 로또였다.
“왜 로또를 준비하셨을까요?”라고 물어보자 “소소한 행복을 위해서”라고 달콤하게 답했다. 곧 한 기자가 “당첨되면 어떻게 해요?”라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류승룡은 “100만원 상당이면 본인이 다 가지시고, 그 이상이면 회사 통해서 커미션 10% 주시면 됩니다”라며 껄껄 웃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튀어나온 류승룡의 리액션에 주위는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저는 진심으로 이 로또를 통해 퇴사하는 기자들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그 말에 취재진은 “진짜 그랬으면 좋겠다” 등의 말을 뱉으며 웅성웅성했다. 경쟁적인 위치에 있는 기자들이 류승룡의 로또를 받는 순간 하나로 뭉치는 묘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우여곡절이 많은 배우였다.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했지만, 생활고 때문에 제주도에서 관광객 사진 찍어주는 아르바이트도 오래 했다. 1997년 난타로 잠시 숨을 돌린 뒤 2004년 장진 감독의 영화 ‘아는 여자’로 데뷔했다.
크고 작은 작품에 나오다 ‘최종병기활’(2011)로 눈도장을 찍더니 ‘내 아내의 모든 것’(2012)로 비로소 대기만성을 이뤘다. 그때 나이 마흔을 넘겼을 때다. 이후 승승장구 중이다. 힘겹게 성공한 류승룡은 보답하고 싶은 인생을 살고 싶다고 했다. 로또도 그런 배경에서 나온 작은 선물이다.
“인생 자체가 우여곡절이 정말 많았어요. 다행히 남들과 다른 인생을 살게 됐죠. 이 나이에도 일을 하면서 설레고 기대가 되는 일을 가졌다는 게 감사해요. 사랑도 많이 받았어요. 소년처럼 철도 없어야 순수한 연기가 나와요. 또 지구까진 아니더라도 사회 정도는 생각하게 되네요.”
두 아들을 둔 아버지다. 자연스럽게 더 건강한 사회와 미래를 넘겨주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됐다. 그렇게 나온 답이 보답이다.
“저 역시 점점 어른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좋은 어른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런 교두보 역할을 한다면 더 좋겠죠. 사실 이준익 감독님이 자주 하는 말이에요 존경하는 감독님에게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제가 많은 사람을 설레고 긴장하면서 작품을 해요. 150여명의 스태프를 알게 되고 또 많은 관객도 만나죠. 이 작업을 오래 하려면 더 건강해야 해요. 그래서 저 자신에게도 보답을 많이 해요. 오전에 늘 차 마시면서 안정을 찾고, 맨발로 걷고요. 우리 모두 건강해져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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