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하나님은 내게 악당의 좌표를 찍어주시지”
배우 김남길의 기다란 다리가 허공을 가른다. 빠르게 움직이며 휘두르는 주먹에 한두 명씩 휙휙 나가떨어진다. 몸을 사리지 않는 김성균의 박치기도 강력하다. 다소 과장이 섞인 듯한 매력적인 액션이 눈을 매료한다. 빠르고 경쾌해 도저히 눈을 쉽게 뗄 수가 없다. 5년 만에 돌아온 SBS 금토 드라마 ‘열혈사제2’의 잔상이다.
지난 2019년 무려 40회차 동안 방영된 ‘열혈사제’는 마지막회가 22%를 넘기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김남길을 비롯해 이하늬, 김성균, 고규필, 안창환 등이 벌이는 앙상블과 호쾌한 액션, 쉴 틈 없이 쏟아내는 코미디는 수많은 시청자의 금토 밤을 즐겁게 했다.
그리고 무려 5년 6개월을 기다리게 했다. 워낙 바쁜 배우들이다 보니 스케줄 맞추기가 좀처럼 어려웠던 것. 기다린 팬이 많은 ‘열혈사제’는 출발부터 뜨겁다. 1회 11.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2회 10.1%을 기록했다.
신부와 형사의 공조였던 ‘열혈사제’에서 시즌2는 규모를 넓혔다. 부산에서 서식하는 마약 카르텔을 소탕하기로 떠나면서 출발했다. 자신이 아끼는 복사 이상연(문우진 분)이 마약을 과도하게 먹은 사실을 알고 그들 무리를 소탕한 김해일(김남길 분). 마약범의 본거지가 부산에 있단 사실을 알고 곧장 떠났다. 실제로 ‘부산 불장어’(장지건 분) 파가 마약을 소지하고 유통하고 있었다. 구대영(김성균 분)은 김해일과 공조를 이뤄가기 위해 정신병에 걸린 ‘탕후루 챌린지’를 선보이며 한 달 병가를 얻고 부산에 합류했다. 이제 마약 수사다.
‘열혈사제’의 인기엔 코믹과 액션의 절묘한 조화가 있다. 옷자락을 휘날리며 등장하는 김해일이 얼토당토않은 헛소리를 한 뒤 곧바로 수많은 악당을 처치하며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신부와 형사의 공조를 비롯해 다양한 장면에서 ‘이게 말이 돼?’라는 의문이 생기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어차피 현실 판타지의 MSG를 과도하게 뿌려 개연성을 중시하지 않는 세계관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자유도가 높아진 인물들은 각종 패러디와 애드리브를 마음껏 펼친다. 특히 구대양이 푸바오 분장을 하고 ‘탕후루 챌린지’를 하는 모습이나, 김해일이 악귀로 변신하는 과정, 마약범을 해치우다 “우리 ‘꼬꼬무’나 보러 갈까?”라고 하는 장면 등 온갖 독특한 코미디가 나온다. “하나님은 악당의 좌표를 찍어주시지”라는 김해일의 말에 “하나님이 네비게이션이가?”라고 불장어가 맞받아치자 “저런 얼토당토않은 드립을”이라며 고개를 젓는 김해일의 말에선 큰 웃음이 터진다.
액션도 매력적이다. 특히 김해일과 쏭삭(안창환 분)의 시원한 움직임이 보기 좋다. 다소 억지스러운 면도 있지만,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나쁜 놈들이 시원하게 쓸려나간다는 데서 쾌락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매우 잔인하지도 않다. 경쾌한 BGM에 맞춘 움직임은 즐거움만 낳을 뿐이다.
이제 첫 시작인 가운데 부산에 ‘불세출의 용사’들이 모여들고 있다. 마약 카르텔이란 소재가 이미 너무 많은 작품에서 사용되기도 했지만, ‘열혈사제2’ 표 마약 카르텔 소탕은 분명 다를 것이란 기대가 든다. ‘열혈사제’에서 보여준 임팩트가 크기도 했고, 이미 완벽한 앙상블을 이루는 배우들의 호흡도 경지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10%지만, 20% 고지가 멀지 않아보인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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