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포미닛은 명실상부한 2세대 아이돌 대표주자다. 데뷔와 동시에 정상에 올랐다. 데뷔 곡 ‘핫이슈(Hot Issue, 2009)’는 가사 그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핫이슈”였다.

음악과 패션에서 유행을 선도했다. 옷집, 술집, 클럽 등 젊은이가 있는 곳에선 포미닛 노래가 쉴 새 없이 울려 퍼졌다. 블링블링한 컬러 레깅스룩은 핫 플레이스를 휩쓸었다. ‘핫 이슈’와 같은 해 나온 ‘뮤직(Muzik)’마저 더블 히트를 기록했다. ‘하트 투 하트(Heart to heart, 2011)’ ‘볼륨 업(Volume up, 2012)’ ‘물 좋아’(2013) ‘미쳐’(2015)에 이르기까지 K팝 전성기를 이끌었다.

이런 성취에도 팬들과 제대로 된 작별 인사도 갖지 못했다.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았다. 포미닛 출신 배우 권소현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요즘 2세대 아이돌이 뭉치는 걸 볼 때마다 우리도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마지막 무대가 없었다. 갑자기 활동을 끝냈다. 단 한 번만이라도 무대에서 서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싫어’(2016)가 마지막 활동이 될 줄은 멤버 아무도 몰랐다.

“한 대학교 행사가 마지막 무대였어요. 그때는 그게 끝인 줄 모르고 헤어졌어요. 지나고 나서야 이게 마지막 무대였구나 했어요. 벌써 8년이나 흘렀네요.”

이젠 배우 경력이 가수 경력을 앞질렀다. 책임감 강한 내향형 성향(INFJ) 탓에 스스로 주는 압박감이 크다. 권소현은 “항상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다. 무대 위에서는 이 긴장을 에너지로 풀어냈다. 춤을 세게 춘다든지 하면 된다”며 “반면 연기에서 긴장은 모두 독이 된다. 경직돼서 힘이 들어간다. 노래와 연기는 그런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무대에 설 때는 많은 도움을 받아요. 카메라와 조명, 팀원까지. 저는 그 안에 존재했는데 배우를 하면서 나로서 존재해야 고민이 많이 되고 어렵고 예민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살이 안 찌더라고요(웃음).”

배우를 하면서 젖살이 쏙 빠졌다. 격렬한 안무를 하루 10시간 이상 춰도 끄떡없었는데 말이다. 권소현은 “첫 영화 데뷔작이었던 ‘내게 남은 사랑을’(2017)을 찍고 살이 싹 빠지는 걸 보고 다이어트는 따로 할 필요가 없고 작품을 해야겠구나 싶었다”며 “아이돌 출신 가운데 연기를 잘하는 분도 많다. 연기 꿈이 있는 분이 있을 텐데 제가 조금이나마 좋은 선례가 돼야겠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영화 ‘딜리버리’를 통해 결혼과 출산을 간접 경험했다. 멤버 중 현아가 지난달 결혼식을 올렸다. 이제 결혼은 먼 미래가 아닌 현실로 다가온 것만 같다. 권소현은 “다 10대 때 봤던 언니들이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벌써 흘렀구나 싶다”며 “결혼도 출산도 준비가 됐을 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멤버들도 막내 권소현을 살뜰히 챙긴다. 현아는 영화 ‘딜리버리’ 촬영장에 커피차를 보냈다. 남지현은 지난 9월 부산국제영화제에 달려와 권소현이 출연한 ‘새벽의 탱고’ 시사회에 참석했다. 남지현은 “많이 성장한 것 같아 보기 좋다. 같이 배우 일을 하고 있어서 좋은 자극이 된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젠 완연한 배우다. 권소현은 “배우로서 기간이 가수로서 기간보다 길어지고 있다. 연기하는 배우라고 인정받기 위해 한발씩 나아가고 있다”며 “꾸준한 사람이 되고 싶다. 포미닛으로 사랑을 너무 많이 받았다. 스타가 되고 싶단 생각은 없다. 하나씩 목표를 이뤄나가고 싶다”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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