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조여정 연기는 정말 좋더라고요. 저랑도 많이 했지만, 봉준호 감독이랑 ‘기생충’(2019)을 찍고 와서 더 일취월장했다 싶었어요. 봉 감독께 고마움마저 느꼈어요.”
영화 ‘히든페이스’를 연출한 김대우 감독은 조여정 연기에 찬사를 보냈다. 극 중 밀실에 갇힌 수연 연기가 탁월했다. 목소리 톤 조절이 기막혔다. 고함을 치다 잦아드는 연기엔 절로 안쓰러움이, 밖으로 나온 뒤 성(性)적 희열을 느끼는 표정에선 감탄이 터져 나왔다.
김 감독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살려달라고 고함치는 장면은 상투적이다. 거기다 고함은 부담스럽다”며 “일말의 희망을 품는 장면에선 세게, 포기하는 장면에서 낮은 톤으로 목소리를 다르게 했다. 같이 많이 고민했다”고 밝혔다.
‘방자전’(2010) ‘인간중독’(2014)에 이은 세 번째 인연이다.
김 감독은 “봉 감독이 워낙 배우들을 섬세하게 컨트롤하지 않나. 그런 디렉션을 이겨내고 습득한 조여정을 만나니까 역시 진화하는 배우라는 걸 느꼈다”며 “전에 표현한 고통이 연기였다면 이젠 너무 잘 무르익어서 고통이 연기 밑에 깔려 있어 진하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나은 배우”라고 칭찬했다.
박지현 연기에 대한 성찬도 이어졌다. 기라성 같은 송승헌-조여정에 주눅이 들지 않았다. 과감한 노출 연기는 물론 입체적 캐릭터까지 빛났다.
“이 배우는 어디에다 갖다 놓아도 뭐라도 할 것 같다. 우리 영화에서 3번 탈피한다. 순진한 척했다가 거짓말쟁이가 됐다. 나중엔 행복을 찾은 온순한 펫으로 끝난다. 그 상황에 맞는 목소리와 표정을 보여준다. 다음에 뭘 보여줄지 정말 기대된다. 대성할 배우다.”
정사 장면은 두 차례 나온다. 성진과 미주가 서로 반해서, 그 다음엔 성진이 슈베르트 교향곡 피아노 곡을 연주하며 미주를 유혹해 잠자리를 갖는다. 그게 성진의 착각이라는 걸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김동영 촬영감독에 초반 정사는 예쁘게 찍어주고, (관계가) 뒤집었을 때는 역관음적인 쾌감을 보여주자고 했다. 성진은 계속 당한 거다. 성진이 분식집 아들임을 고백하자 미주는 고아라고 응대한다. 서로 마음에 와닿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수연 때문에 그 집에 온 거다. 정사와 복수의 쾌감까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밀실은 화사하게 바뀐다. 수연 대신 미주가 들어간다. 식물발육등마저 야해 보인다. 시작부터 끝까지 오감을 자극하는 에로티시즘 범벅이다.
김 감독은 “어떤 비난이나 오해도 받아들일 각오가 돼 있다. 다만 인간을 그리는 데 있어 가식을 하나도 떨지 않았다”며 “실망감 주지 않는 스토리 라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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