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할리우드 대작들이 잇따라 한국을 찾고 있다. 그냥 찾는 수준이 아니다. ‘전세계 최초’ 개봉이란 타이틀을 달았다. △유행에 민감한 한국 관객 △이를 흥행 척도로 삼으려는 할리우드 전략 △기술력이 대거 투입된 영화의 아이맥스 특별관 상영 등이 보태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4년 만에 돌아온 ‘글래디에이터Ⅱ’가 최초 개봉지로 꼽은 지역은 다름 아닌 한국이었다. 한국(13일), 영국·일본(15일), 미국(22일) 순으로 개봉했다. 제작비 4307억 원을 투여한 이 영화는 스펙터클한 액션과 흡인력 높은 서사로 20일 기준 개봉 7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제작진은 한국 언론과 영국 현지 화상연결까지 하며 한국 관객에게 어필하려 노력했다.
뮤지컬 영화 ‘위키드’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 6000만 명이 관람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원작이기에 어느 곳에서 개봉해도 흥행이 예상됐지만, 성공 가능성을 미리 점치기에 한국만 한 곳이 없단 판단에서다. 이미 개봉한 ‘베놈: 라스트댄스’ ‘레드원’은 물론이다. 디즈니 63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모아나2’(27일)은 미국과 같은 날 개봉하지만 시차 때문에 사실상 한국이 최초 개봉지다.
유행에 민감한 한국 관객에게 ‘전세계 최초 개봉’이란 프리미엄은 영화관을 찾을 이유를 제공한다.
배급사 한 관계자는 “관객 입장에선 자신이 영화를 가장 먼저 보고 발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게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올 수 있다”며 “개봉 전 예매율이나 개봉 후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하게 되면 버스광고 등 대대적으로 홍보할 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할리우드가 아시아권에서 수익을 극대화해 낼 수 있는 곳도 유인 요소 중 하나다 .
강병진 영화평론가는 “할리우드 제작사 입장에서 이만큼 유통 창구를 열어주는 나라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한국 시장은 효율적으로 빨리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배급 관계자 역시 “자국 영화 중심으로 흘러가는 중국 시장이나 애니메이션 위주로 가고 있는 일본을 제외하면 한국이 중앙아시아권에서는 가장 매력적인 영화시장”이라고 덧붙였다.
극장 입장에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코로나 침체한 극장가가 완전한 회복세를 찾지 못한 만큼 할리우드 대작 중심으로 열기를 이어갈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극장 한 관계자는 “연말이나 명절처럼 극장을 찾는 시기에 할리우드 대작이 하나 걸리면 다양한 영화를 편성해 관객수도 함께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아이맥스 필름으로 촬영된 영화를 최적화해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이유도 꼽힌다. 1.43:1 화면비를 그대로 감상할 수 있는 아이맥스관 등 특별관이 수도권 중심으로 많은 곳도 장점이다.
서지명 CJ CGV 홍보팀장은 “‘글래디에이터Ⅱ’ ‘베놈’ ‘위키드’ 같은 기술력이 대거 들어간 영화는 한국이 특별관 규모 면에서 앞서 있다. 국민 반응 역시 빨리 오기에 베타테스트 기지로 삼는 것”이라며 “거대한 북미 시장에 비하면 규모는 크지 않아도 한국이 흥행 척도가 되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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