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 기자] 끝날 때까지 속을 알 수 없는 얼굴. 아직은 대중에게 낯선 배우 채원빈은 서늘하고 또는 안쓰러운 두 얼굴로 나섰다. 사이코패스인지 속 깊은 고등학생인지,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었다.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MBC 금토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이하 이친자)에서다. 프로파일러인 장태수(한석규 분)가 딸 장하빈(채원빈)을 살인사건 피의자로 의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채원빈은 장하빈을 연기했다.

드라마는 시작 전부터 한석규의 상대역이자 ‘부녀 스릴러’의 또 다른 축을 맡고 있는 딸 역할의 신예 배우에 뜨거운 관심이 쏠렸다. 역할이나 비중이 클 뿐 아니라, 동시에 다양한 이미지를 표현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있었기 때문이다. 훌륭히 소화하기만 하면 대중과 업계에 각인이 될 역할이었다.

그 주인공은 채원빈이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2, 3과 영화 ‘마녀’ 파트2를 통해 주목받은 유망주다. 길고 날카로운 캐스팅 과정 끝에 ‘이친자’에 합류했다. 영광스러운 기회가 찾아온 것. 그 환희는 곧 숙제가 되는 게 배우의 숙명이다. 재능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드라마 제작발표회 당시 “하빈이라는 인물을 이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채원빈은 지난 19일 스포츠서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해소되지 않는 감정이 일을 끝내고 집에 가서도 남아있더라. 제 일상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계속해서 우울감이 있고 예민해졌다. 작은 자극에도 깊게 반응했다. 고민과 자책의 눈물이었던 거 같다”고 회상했다.

채원빈은 ‘이친자’를 통해 살인사건의 범인이란 의혹을 사는 10대 소녀의 복잡한 내면을 연기했다. 핏기 없이 하얗고 마른 얼굴에 눈빛은 날카롭고 서늘하다. ‘딸이 살인자일지도 모른다’는 아빠 장태수의 의심에도 장하빈은 시종일관 무표정하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신인 배우이기에 장하빈이란 캐릭터에 짓눌리기도 했다. 이를 두고 채원빈은 “촬영하면 할수록 체한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슬픈데 표출을 못 하니까 힘들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표현이 많지 않아서 해소가 안된 채로 집에 간 적이 많았어요. 필요 이상으로 부정적인 감정이 크게 오다 집에서 혼자 울면서 털어버리는 등 나름의 방법을 찾아가려 했어요.”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이 장하빈이 되어가는 순간을 느꼈다고. 채원빈은 장하빈에 대해 “감정이 없는 친구는 아닌데 표현하는데 많이 미숙한 친구라고 생각했다. 중반부부터는 동화되는 걸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이친자’로 부녀간의 팽팽한 심리전을 보여준 채원빈은 “실제로는 집에서 흔한 막내딸이다”라며 웃었다. “차분함은 비슷하지만 아예 다른 성격이다. 하나하나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실제와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었다”고 덧붙였다. jayee21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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