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아는 사람은 아는 ‘실물 깡패’다. 배우 정은채의 미모는 모두가 인정한다. 그런 정은채가 머리를 싹둑 잘랐다. 리딩 현장에서 환호성이 나왔다. 이후 현장에서는 왕자님으로 불렸다. 남자 한 명 없는 여성의 구역이지만, 왕자님 한 명이 모든 걸 메웠다. 매란국극단 남역 전문 배우 문옥경은 탄생부터 관심이 뜨거웠다.

정은채는 신드롬급 화제를 일으킨 tvN ‘정년이’의 사실상 최대 수혜자란 평가가 나온다. 워낙 뛰어난 미모 때문에 여성 팬보다는 남성 팬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년이’의 문옥경을 통해 여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음식점에선 온갖 서비스로 애정을 받고, 해외 글로벌 팬들은 그를 만나려 기다림을 멈추지 않았다.

문옥경은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커피숍에서 스포츠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황송하다. 현장에서도 모두가 왕자님으로 불러줘서 편한 옷을 입고 연기에 임한 것 같다. 저는 집순이여서 일상의 변화를 느끼진 못한다. 지인이 대신 분위기를 전달해준다”고 말했다.

단순히 왕자 역할을 맡은 문옥경이라서 인기를 얻은 건 아니다. ‘정년이’에서 가장 멋진 캐릭터다. 주위를 돌볼 줄 알고, 극단의 수익보다는 작품의 의미와 가치에 중점을 둔다. 후배 양성에도 지극정성이다. 위기에 처했을 땐 단호한 태도로 주위를 하나로 만든다. 인격적으로 홀릴 구석이 많다.

“문옥경이란 사람의 크기가 보이는 것 같아요. 서혜랑(김윤혜 분)은 후배들이 자기 자리를 위협한다며 불안해하고 위축되잖아요. 그게 보편적인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옥경은 더 넓은 사람인 거죠. 저한테는 신선했어요. 다른 세계에 사는 인물로 보였어요. 내가 집중하는 부분에 몰입하는 캐릭터죠.”

남자 주인공이다. 아직도 방송계에서 종종 쓰는 ‘니마이’(극을 이끄는 주인공)이기도 하다. ‘정년이’ 출연 배우들은 현실 속 인물과 무대 위의 인물 두 명을 연기해야 했다. 온달을 연기한다면, 현실의 문옥경과 문옥경이 해석한 무대 위 온달을 표현해야 했다.

“남자라고 하면 생각나는 강인함이 있잖아요. 그런 면에서 조금 편안하고 자연스럽고 싶었어요. 중성적인 면이 익숙한 얼굴이요. 제게 가녀린 여성스러움이 있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처음에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어요. 무대 위 왕자님은 옥경과 다른 결이었으면 했어요. 힘과 박력이 있고, 아우라가 있었으면 했어요.”

‘정년이’에는 동성애코드가 있다. 문옥경-서혜랑, 윤정년-홍주란(우다비 분)의 관계는 사랑과 우정 사이 묘한 경계선에 서 있다. 옥경은 “잘 있어. 하나뿐인 나의 공주님”이란 말을 남기고 혜랑을 떠났다. 매란국극단도 두고 홀연히 사라졌다. 마치 정은채가 문옥경을 툴툴 털어버리고 일상의으로 돌아와야하는 것처럼 그랬다.

“사실 이런 사랑을 처음 받아봐서 조금 누리고 싶긴 해요. 문옥경이란 거대한 숙제가 생긴 거죠. 부담이 없진 않겠지만, 잘 떠나보낼 것 같아요. 작품 할 때마다 늘 새로운 걸 하는 기분이거든요. 아직 새 작품이 없긴 한데, 작업에 투입되면 툭 벗어던질 것 같아요.” intellybeast@sportssoe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