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다행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변은 없었다. 파란 유니폼 외의 것은 딱히 상상이 안 된 선수라 할 수 있다. 삼성과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마쳤다. 자부심을 말했다. 김헌곤(36) 얘기다.
김헌곤은 25일 삼성과 2년 총액 6억원에 FA 계약을 마쳤다. 사실 FA 자격 자체는 2022시즌 후 얻었다. 행사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행사할 수 없었다’에 가깝다. 성적이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1년 삼성에 입단했다. 삼성 왕조의 일원이기는 했다. 냉정하게 말해 ‘주역’인 적은 그리 많지 않다. 규정타석을 채운 시즌도 손에 꼽는다. 2018년 141경기, 타율 0.300, 11홈런 7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98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이후 이런 모습이 나오지는 않았다. 특히 2022~2023년은 최악의 부진에 빠졌다. 2022년은 그나마 80경기에 나섰으나 타율이 0.192가 전부다. 2023시즌은 1군 단 6경기가 전부다. 단 하나의 안타도 치지 못했다.
은퇴라는 두 글자가 계속 떠다녔다. ‘이제 끝났다’고 했다. 그래도 김헌곤은 묵묵히 훈련하며 부활을 노렸다. ‘이렇게 끝낼 수 없다’는 마음이 컸다.
2024년 극적 반등에 성공했다. 117경기, 타율 0.302, 9홈런 34타점, OPS 0.792를 기록했다. 지난 4월초 KIA전에서 8연패를 끊는 극적인 적시타를 날렸다. 이후 삼성도 탄력을 받았다. 정규시즌 2위에 오르며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가을에도 김헌곤의 위력은 계속됐다.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서 각각 홈런 두 방씩 때리며 펄펄 날았다. 삼성이 준우승에 그쳤지만, 김헌곤은 분명 자기 몫을 했다.
이번에는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행사했다. FA 신청. 그러나 구단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삼성 사랑’은 계속됐다. 딱히 삼성 외에 생각하지도 않는 모습이다. 언제나 “팬들께 감사하다”고 한다. 그 마음 그대로다.
그리고 계약이 성사됐다. 좋은 수비력을 갖췄고, 공격력도 준수하다. ‘노력’은 10개 구단 통틀어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C등급이기에 다른 팀이 노릴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 결과는 계속 ‘삼성맨’이다.
김헌곤은 “삼성 유니폼 계속 입게 되어 다행이다”며 웃었다. 이어 “삼성에서 계속 뛰게 됐다. 자부심을 느낀다. 내가 초대형 계약을 맺은 선수는 아니다. 그러나 FA 계약 아닌가. 야구 그만해야 한다는 말도 나왔는데 FA 계약까지 했다.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삼성 이종열 단장은 “당연히 계약해야 하는 선수 아닌가”라며 강조한 후 “사실 시간문제였을 뿐이다. 김헌곤은 당연히 우리가 계약해야 하는 선수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주축 선수들이 많이 젊어졌다. 현재도 좋지만, 미래도 밝다. 그렇다고 베테랑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김헌곤의 가치는 충분하다. 모범이 될 수 있는 선수다. 이런 선수 또 없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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