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지난 2년간 제게 가장 큰 도전은 ‘불타는 트롯맨’이었어요. 그 이후 어떤 것도 힘들지 않았어요. 그게 지나니 몇 년 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을 해낼 수 있었어요.”
가수 손태진은 처음엔 주저했다. 트로트 가수로 설 기회가 왔다. 쉽사리 “하겠다”고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 태생부터 성악가였다.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장르였다.
인생 변곡점이었다. 손태진은 “서바이벌과 트로트 도전 의향이 있는지 듣는 순간부터 선택까지 꼬박 4~5개월을 고민했다”며 “준비부터 모든 게 압축된 시기였다. 정말 힘들었지만 그만큼 더 행복한 순간이 다시 올까 싶다. 그때를 잘 버텨냈다. 덕분에 그 이후 도전에 눈이 뜨인 것 같다”고 회상했다.
“제가 예전이라면 ‘불후의 명곡’에서 절대 선택하지 않을 곡을 이제 불러요. 춤추는 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어요. MC 신동엽 선배도 제 도전에 손뼉 쳐주셔서 큰 힘이 됐어요.”
최근 발매한 정규 1집 ‘샤인(Shine)’ 트리플 타이틀 곡 중 ‘널 부르리’는 변신을 알리는 곡이다. 시티팝이다. 베이스가 쉴 새 없이 슬랩으로 경쾌한 리듬을 만들어낸다. 흥겨운 브라스도 노래 감칠맛을 돋운다. “널 부르리!” 쉽게 흥얼거릴 수 있는 멜로디 라인은 듣는 사람이 단박에 따라 부를 수 있게 했다.
손태진이 작곡가로 나섰다. 김이나가 작사로 흔쾌히 힘을 보탰다. 손태진은 “프랭크 냇킹콜, 마이클 부블레가 추구하는 재즈 음악을 좋아했다”며 “제 음악이 서정적이다 보니 흥을 돋우기 위해선 딥 브라스 음악이 흥을 표현하기 좋겠다 싶어서 신나는 곡으로 선택했다. 의도적으로 멜로디도 조금 단순화시킨 것도 있다”고 밝혔다.
간주 구간 팬들이 합을 맞춰 소리를 지른다. “손태진 사랑해, 영원히 부르리”라고 두 번씩 외친다. 아이돌 팬들처럼 ‘까르르 까르르’ 자지러지는 모습에 저절로 함박웃음이 지어진다. 손태진은 “제가 작곡가로 선보이는 첫 곡이기에 심플하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DJ 도전도 합격점이다. MBC 표준FM ‘손태진의 트로트라디오’로 청취자와 소통하고 있다. 크로스오버 가수 대표주자답게 트로트와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를 잇는 가교 구실을 하고 있다.
손태진은 “대선배님들이 한번 오시면 ‘네가 하는 게 가요계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른다’고 할 때 큰 힘이 된다”며 “신인 가수들에게 자기 목소리를 알릴 수 있는 ‘쇼케이스’ 코너로 호스트 역할을 하고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오디션 기회가 또 있다면 도전할까. 손태진은 손사래를 치면서도 조건을 달았다.
“주변에서 농담 삼아 ‘팬텀싱어’ ‘불타는 트롯맨’ 우승했으니까 ‘쇼 미더 머니’까지 우승하면 트리플 크라운 아니냐고 해요. 힙합은 진짜 안 되고요(웃음). 대신 제 피를 끓게 하는 좋은 경연이 있다면 도전할 의향이 있어요. 제가 어덜트 컨템퍼러리팝이나 재즈를 좋아해서 관련 오디션이 나오면 솔깃할 것 같네요.”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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