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대상을 받게 돼 영광입니다. 모두 제작진과 시청자들 덕분입니다!”

수상자의 떨리는 목소리가 울려 퍼질 때마다 시청자들도 함께 웃고 울었다. 1년이 마무리되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시점엔 감동과 웃음을 버무려낸 예능 스타의 성과를 결산하는 연예대상이 있었다.

하지만 이 전통은 무색해졌다. ‘연예대상’은 명실상부한 예능의 축제였던 과거와 달리 초라한 무대만 남긴 채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시청자는 떠났고, 방송사는 방황 중이다.

‘국민 방송’이라 불리던 KBS는 이제 국민의 관심조차 얻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한때 주말 저녁의 황금 시간대를 책임지던 프로그램은 시청률 2~3%대에 머물며 OTT 드라마와 예능에 자리를 내줬다.

대표 예능인 부재와 기획력 부족이 맞물리며, 예능 프로그램 제작은 점차 축소됐다. KBS 연예대상은 더 이상 방송사의 위상을 상징하지 못하는 단순한 ‘형식’이 되고 말았다. 특히 퍼주기식의 시상식은 비난의 대상이 됐다.

MBC와 SBS도 예외는 아니다. MBC는 ‘나 혼자 산다’와 같은 몇몇 인기 예능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는 과거의 영광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SBS 또한 ‘미운 우리 새끼’와 ‘골 때리는 그녀들’ 같은 프로그램으로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지만, OTT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시청자를 붙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예능의 몰락은 ‘스타 예능인’의 부재와도 맞물린다. 과거 스타 예능인들의 활약은 시청률을 견인하는 주요 요소였다. 이경규,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과 같은 레전드들이 여전히 중심을 잡고 있지만, 새로운 세대의 스타들이 그 장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또 방송사는 기존의 성공 공식을 반복하는 데 급급했다. 시청자의 눈높이는 높아졌지만, 방송사 기획력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예능이 쇠퇴한 자리는 OTT 플랫폼이 빠르게 채우고 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티빙과 웨이브 같은 플랫폼들은 기존 방송사에서 다루기 어려웠던 신선한 포맷의 예능을 내놓으며 젊은 세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실상 올해 최고의 예능은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다.

‘SNL 코리아’의 OTT 부활이나 ‘환승연애’, ‘더 지니어스: 그랜드 파이널’ 같은 실험적 포맷은 TV에서 볼 수 없던 강렬한 재미를 선사했다. 그 결과 전 세계 시청자를 겨냥해 기획된 글로벌 콘텐츠로 더욱 폭넓은 시청자를 확보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과거에는 흥행 프로그램이 많아 시상식에 긴장감이 있었지만 현재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시상식이라는 것은 얼마나 좋은 콘텐츠가 많은지로 분위기가 좌우되는데 현재 지상파 예능국들은 좋은 상황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다고 해서 시상식의 형식을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시상식 포맷을 유지하되, 순위에 의미 부여를 하기보다는 각 프로그램이 기울인 노력에 초점을 맞추고 이듬해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분위기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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