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영락없는 양아치다. 매사 강압적이다. 심지어 큰 돈을 걸고 협상할 때도 그렇다. 상대가 약점을 보이면 놓치지 않고 물고 늘어진다. 자신의 계획에 이용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비밀을 폭로하고 협박하는 것도 비일비재하다. 극도로 차갑고 계산적이다.
영화 ‘보고타’ 속 국희의 인상이다. 국희는 건실한 청년 이미지가 가득한 송중기가 맡았다. 국희는 IMF 외환위기 속 한국을 떠나 콜롬비아 보고타에 정착한 인물이다. 생존을 위해 불법 거래, 협박, 심지어 폭력까지 서슴지 않다, 점차 콜롬비아 한인 사회 실세들과 얽히게 된다.
송중기는 최근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국희의 서사를 3단계로 구분했다. 국희가 콜롬비아 도착했을 때 적응 후 살고 있을 때, 후반부 한인 상인회 회장을 맡았을 때로 나눴다. 그 변화를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순수하고 어리기만 한 꼬마 아이가 아버지 때문에 살아남아야 한다는 일념을 갖게 된다. 그 변화를 잘 표현해 보고 싶은 욕심이 컸다”고 설명했다.
송중기는 국희가 가진 생존 본능과 그 뒤에 숨겨진 인간적인 외로움을 동시에 드러낸다. 특히 선제적으로 폭력을 사용하고 상대를 제압하는 대목에선 그의 허물어진 도덕성이 엿보인다.
송중기는 “세상에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나와 상대방에게 상처를 내는 한이 있더라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국희의 생존 방식이다. 국희가 관객에게 호감형 캐릭터로 다가가는 건 원치 않았다. 관객들이 국희를 보며 ‘그래, 저렇게 절박한 상황에선 저럴 수도 있지’라며 끄덕여주기만 해도 좋겠다”고 말했다.
낯선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허우적대는 인간의 괴로움이 엿보인다. 좋은 사람이 되는 걸 포기한 인간이, 결국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되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송중기는 “이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관객들에게 우리의 노력이 진정성 있게 전달되기를 바란다. 콜롬비아의 낯선 풍경과 그곳에서 피어난 이야기가 관객들에게도 신선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며 마무리 했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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