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내세운 ‘WHO 라이선스’, 법적 강제력 없어
강유정 의원 “거대한 국민 사기극” 비판

[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등재하려는 움직임이 또 다시 일고 있다. 이번엔 통계청이다. 국가 표준분류체계 관리기관인 통계청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WHO ICD-11)의 한국표준질병분류(KDC) 등재 과정에서 새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
더불어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강유정 국회의원(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국무조정실이 개최한 ‘게임이용장애 민관협의체’ 회의에서 통계청은 세계보건기구(WHO)의 ‘ICD-11 사용 조건 및 라이선스 계약’을 근거로 게임이용장애 코드를 그대로 등재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
통계청이 내세운 WHO 라이선스에 따르면 회원국은 ICD-11 라이선스에 따라 사용해야 하며, 특히 ICD-11의 ‘각색’이 금지돼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통계청의 주장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무엇보다 WHO의 라이선스 계약은 국내법적 강제 효력을 갖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이미 수년간 민관협의체를 통해 논의해 온 사안에 대해 뒤늦게 새로운 조건을 제시하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통계청이 밝혀온 입장과도 배치된다. 통계청은 WHO 라이선스 계약을 근거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가 불가결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통계청은 과거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여건과 상황을 감안해 우리 실정에 맞는 분류체계를 작성, 운영하고 있다”며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여부에 대하여는 민관협의체에서 논의 중이며, 협의체의 결정을 토대로 국가통계위원회 심의를 통해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통계청의 주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중요 정보를 그동안 대외적으로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강 의원은 “통계청이 그동안 ‘국내 여건을 반영하겠다’며 협의를 진행해 놓고 결정적 시점에서 국제 라이선스를 근거로 한국형 분류체계 마련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은 거대한 국민 사기극”이라고 비판하며 “통계청이 먼저 나서 WHO와 문제를 협의해도 모자를 판에 복지부동으로 일관하고 있다. 게임산업과 콘텐츠강국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일이 날림 처리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국제기구의 가이드라인이나 라이선스 계약이 국내법 체계에서 직접적인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며 “코드 제외가 ICD-11의 체계나 분류 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특정 조건 하에 국내 상황에 맞는 코드 시스템을 따르기 위한 선택이라면 이 경우 ‘각색’으로 간주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고 입장을 내놨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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