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문보경이 22일 잠실구장에서 롯데 선발 반즈를 상대로 2025 KBO 프로야구 1호 홈런을 쳐낸 뒤 오스틴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잠실=장강훈 기자] 짧고 빠르게. 그리고 반박자 빨리. 좌우 상관없이 앞쪽 어깨는 닫아둔다. 그러면서 손목은 최대한 쓰지 않아야 한다. 복잡한 것 같지만, 대체로 실수없이 해냈다. LG가 개막전부터 ‘준비의 중요성’을 입증하며 웃었다.

LG는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KBO리그 롯데와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상대 에이스 찰리 반즈를 ‘멘붕’에 빠뜨렸다. 1회말 첫 번째 공격부터 몰아치더니, 3회말 자멸을 끌어내며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LG 문보경이 롯데 선발 반즈를 상대로 2025 KBO리그 1호 홈런을 쳐낸 뒤 홈을 밟으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롯데 포수는 유강남. 사진 | 연합뉴스

반즈는 KBO리그에서 세 시즌을 뛰며 32승(28패) 평균자책점(ERA) 3.42로 역투한 ‘자이언츠 에이스’. 왼손 스리쿼터라는 독특한 유형에 좌타자들이 두려워하는 각 큰 슬라이더가 일품인 투수다. 올해로 4년차.

그러나 좌타자가 많은 LG 타선에는 재미를 못봤다. 지난해까지 9차례 맞대결에서 5패(2승) ERA 4.94로 부진했다. 9개구단 중 가장 높은 ERA인데다 최소 삼진(33개)을 기록했다. LG와는 이른바 상성이 좋지 않은 셈이다.

롯데 선발 찰리 반즈가 22일 잠실 LG전에 선발등판 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심리적 안정감도 있지만, LG 타선은 방심하지 않았다. 경기 전 타격훈련부터 반즈 공략법을 되새기는 데 열중했다. 1회말 2루타를 뽑아낸 오스틴 딘이나 개막 1호 홈런의 주인공이 된 문보경,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반즈를 괴롭힌 오지환 등 주축 타자들이 더 집중해 ‘공략법 복습’에 열을 올렸다.

주축 선수들의 배팅볼 타격훈련이 끝난 뒤 피칭머신을 활용한 ‘리허설’도 잊지 않았다. 반즈가 던지는 슬라이더와 비슷한 궤적으로 맞춰놓고 눈과 손 감각을 익히는 데 집중했다. 좌타자들은 반박자 빠른 타이밍으로 스윙했고, 우타자는 왼어깨를 닫아두거나 오른발을 뒤로 뺀채 스윙하는 훈련을 반복했다.

22일 KBO리그 정규시즌 개막전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찾은 LG 팬들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기계에서 뿜어져나오는 볼이라고 같은 코스로 날아들지는 않으니, 몸쪽 높은 공이나 회전이 살짝 풀린 슬라이더는 여지없이 펜스 뒤로 날아갔다.

모처럼 지켜본 LG 타선은 이전과 느낌이 달랐다. 톱에서 임팩트 구간까지 배트를 내미는 동선이 짧고 빨랐다. 임팩트 구간에서는 마치 방망이 헤드를 그라운드로 뿌리는 듯한 동작이 ‘공통점’으로 보였다. ‘뒤가 짧고, 앞이 긴 스윙 궤도’는 타구에 회전을 거는 데 용이하다. 타구 스핀량은 비거리와 직결된다. 배트에 공이 머무는 시간이 살짝 짧은 게 굳이 꼽아볼 옥에 티. 그만큼 스윙이 날카로웠다는 의미다.

LG 문보경이 롯데 선발 반즈를 상대로 2025 KBO 프로야구 1호 홈런을 쳐낸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준비 과정에서 드러난 집중력은 첫 번째 공격에서 바로 증명됐다. 리드오프로 나선 홍창기와 2번타자 김현수, 4번타자 문보경 등 좌타자들은 반즈가 던진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았다. 반박자 빠른 반응으로 슬라이더가 변화기 전에 공략하겠다는 일념이 엿보였다. 3번에 배치된 오스틴 역시 바깥쪽 투심 패스트볼을 짧고 강한 스윙으로 우익선상으로 보냈다.

롯데 외국인 투수 찰리 반즈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정규시즌 개막전에 선발등판해 힘겹게 투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반즈는 슬라이더가 날아드는 길목을 차단당하자 체인지업을 앞으로 끌고 나왔다. 그러나 결정구를 마음껏 구사하지 못하니 제구가 들쑥날쑥했고, 3회말 안타 3개와 볼넷 2개, 폭투 등으로 4점을 빼앗겼다. 3이닝 동안 81개나 던져 마운드를 지킬 수도 없는 상황. 8안타(1홈런) 7실점 뭇매로 호된 개막전을 치렀다.

야구는 ‘준비의 스포츠’라는 사실이 잠실에서 새삼 또렷하게 드러났다. 우리가 알던 야구가 시작했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