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봄바람보다 야구가 먼저 왔다. 2025시즌도 흥행 열풍이다. 팬심은 불타고, 티켓을 손에 쥔 사람은 한정돼 있다. 개막전은 시작 전부터 전쟁이었다.
전 구장이 매진됐다. 예매는 피 말리는 경쟁이었다. 클릭 실수 한 번에 기회는 사라졌다. 암표상도 여전히 활동했다. 팬은 표를 못 구하고, 웃돈은 더 붙었다.
올시즌 도입된 ‘선예매’도 문제가 됐다. 일부 등급이 높은 회원은 일반 예매 전 티켓을 확보한다. 이 제도를 암표상이 이용했다. 명당은 손바뀜 됐다.

4만5000원짜리 중앙석이 45만원이 됐다.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벌어진 일이다. 온라인에는 정가의 5배 이상 가격이 넘쳤다. 팬들은 예매를 포기했다.
구단은 조용히 넘기지 않았다. LG와 삼성이 나섰다. 개막 하루 전 불법 판매자를 적발했다. 연간회원 자격이 박탈됐다. 티켓도 전량 취소됐다.
LG와 삼성은 “구단 회원권으로 부당 수익을 얻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 암표로 인해 팬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 건전한 관람 문화를 위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했다.

경찰도 팔을 걷었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관할을 맡고 있는 대구경찰청은 전담 수사팀을 운영 중이다. 매크로 사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예매처와 협업해 실시간 감시 중이다. 의심 정황이 보이면 바로 수사에 돌입한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티켓을 싹쓸이한 후 웃돈을 붙여 재판매하는 방식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구매자 역시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BO도 가만있지 않았다. 암표 신고센터를 운영 중이다. 매크로 방지 캡처 시스템도 구축했다. 의심 계정은 차단한다.
KBO는 “매크로 및 불법 예매에 대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신고가 접수되면 즉시 조치하고 있다. 팬들이 정당한 가격에 예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도적 한계가 존재한다. 선예매는 최대 4장까지 가능하다. 가족 단위인지, 판매 목적인지 구분이 어렵다.
LG와 삼성은 “정상 구매처럼 보이면 식별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명의 변경까지 되면 추적도 쉽지 않다. 현장에서 거래가 이뤄지면 더더욱 단속이 어렵다”고 했다. 시스템 밖에서 이뤄지는 거래도 많다. 실질적 단속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법적 처벌도 약하다. 매크로 이용은 징역 1년 이하다. 암표는 20만원 이하 벌금이 전부다. 국민체육진흥법이나 업무방해죄 적용 시에도 실효성이 떨어진다.
해외 사례는 다르다. 대만은 벌금이 1억3000만원이다. 일본은 900만원 수준이다. 한국도 법이 바뀌어야 한다. 처벌 수위가 올라야 한다.

야구장은 꿈을 키우는 곳이다. 유소년에겐 미래고, 가족에겐 추억이다. 연인에겐 봄의 낭만이다. 그 시작은 한 장의 티켓이다. 암표는 그 문을 막는다. 누군가의 추억이 사라진다. 누군가의 열정이 상처받는다. 암표상은 야구장을 장사 수단으로 만든다.
구단도, KBO도, 경찰도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법이 강해야 한다. 시스템은 촘촘해야 한다. 암표상에게 야구장을 넘길 수 없다. 봄은 모두에게 공평해야 한다. 티켓은 추억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 암표는 사라져야 한다. 팔지도, 사지도 말자. duswns06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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