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수원=박연준 기자] 고개를 숙이고 시작됐다. 근조 리본을 단 선수들이 침묵 속에서 야구장을 걸어 나왔다. 관중석에서 응원가도 들리지 않았다. 깊은 애도 속에서 다시 경기가 열렸다.
지난달 29일, 창원NC파크에서 발생한 구조물 낙하 사고로 중상을 입은 야구팬이 31일 끝내 세상을 떠났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리그를 멈췄다. 1일 예정된 5경기를 전면 취소했다. 1일부터 3일까지 공식 애도 기간으로 정했다.
2일 창원 SSG-NC전을 제외한 네 경기가 열렸다. 경기 전 안전점검을 진행했다. 시작 전에는 4개 구장 모두 묵념으로 시작했다.

선수들은 유니폼에 검은 리본을 달았고, 팬들도 자리를 지킨 채 조용히 경기를 지켜봤다.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LG전도 마찬가지다. 홈과 원정 응원단 모두 자리를 비웠다. 야구장에선 응원가 대신 침묵이 흘렀다.
득점 장면이 나올 때만 박수와 짧은 환호가 터졌을 뿐, 전체적으로 무거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양 팀 팬들 모두 개인 응원을 자제했다.
KT 구단 관계자는 “애도 기간 지정에 따라 오는 3일까지 모든 구단이 응원단과 경기 이벤트를 운영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잠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경기 전부터 선수들 역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몸을 풀었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착찹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그는 “야구인 이전에 국민 한 사람으로 참담함을 느낀다. 다음에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에 힘 써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경기 역시 응원 없이 대채로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 중이다. 현장을 찾은 팬들은 선수들의 플레이에 박수 정도를 보내고 있다. 앰프를 타고 나오는 음악과 응원단의 응원은 없다.
광주에서는 삼성과 KIA가 붙었다. 2024 한국시리즈 리턴매치다. 지난해에는 KIA가 12승4패로 압도했다. KIA는 이 분위기를 잇고 싶다. 삼성은 반격을 원한다.

분위기가 한껏 뜨거워야 했다. 그럴 수 없다. KIA는 경기 전 전광판을 통해 "안타까운 사고에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추모의 뜻으로 리그 전체가 3일까지 응원단 및 이벤트를 운영하지 않습니다. 팬 여러분의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문구를 띄웠다.
정상적이라면 각종 응원가가 울려 퍼지고, 치어리더 공연, 이벤트 등이 열린다. 이날은 아니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오롯이 팬의 육성 응원만 들렸다. 삼성 원정팬도 마찬가지다.
야구를 응원하다 하늘에서 날벼락을 맞았다. 창원NC파크 출입구에는 조화가 놓였다. "좋은 기억만 가지고, 좋은 곳으로 가시길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어쨌든 리그는 계속해야 한다. 마냥 멈출 수 없다. 2일 재개됐다. 이와 별개로 애도는 계속된다. duswns06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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