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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고양 오리온의 이승현이 불굴의 투지로 팀에 4강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안겼다.
이승현은 1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벌어진 2015~2016 KCC 프로농구 원주 동부와의 6강 플레이오프(PO) 3차전에서 20점을 쓸어담으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골밑에만 머무르지 않고 동부의 마크맨과 미스매치 상황이 벌어지는 외곽에서 적극적으로 슛을 터뜨린 것이 주효했다. 고비마다 터져나온 4개의 3점포에 대해 오리온 추일승 감독도 “문태종이 터지지 않아 답답했는데 이승현이 중요한 3점포로 승리를 확신하게 만들었다”고 극찬했다. 슛 뿐만 아니라 5개의 리바운드를 건져내고 2개의 도움과 2개의 스틸을 기록하는 등 궂은 일에도 앞장서는 전천후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그보다 이승현을 빛나게 한 것은 악착같은 그의 투지였다. 이승현이 1쿼터에만 12점을 터뜨리자 동부의 수비는 더욱 집요하게 이승현을 옥죄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공격의 고삐를 늦출 수 없었던 이승현은 2쿼터 종료 2분 36초를 남겨두고 공격을 감행하다 상대 수비수와 뒤엉키며 코트에 쓰러졌다. 왼쪽 무릎 상태가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통증을 참아가며 뛰고 있던 이승현이 또다시 왼쪽 무릎을 부여잡고 나뒹굴자 추 감독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들것에 실려 벤치로 물러났던 이승현은 3쿼터 막바지 다시 코트로 돌아와 동부의 막판 추격에 쐐기를 박는 활약을 펼쳤다. 추 감독은 “무리한 플레이를 하다 넘어지면서 중심을 잃었는데 상태가 심각하지 않아 정말 다행이었다. 이승현이 없는 오리온은 아주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기 때문에 사실 걱정을 많이 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승현은 “크게 아플 정도로 다치지는 않았는데 다쳤던 부위를 또 다쳐서 통증이 컸다. 처음에는 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는데 시간 지나면서 통증이 가라앉았다. 단순 타박상이라 참고 뛸 수 있을 정도는 됐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이승현은 “무리한 플레이였다는 점은 인정한다. 2쿼터에 다소 성급하게 플레이한 느낌은 있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1쿼터에 자신있게 했기 때문에 2쿼터에도 과감하게 공격했다. 결과적으로 이겨서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해 PO에서 탈락한 아쉬움을 훌훌 털어낸 이승현은 이제 모비스와의 4강 PO 그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이승현은 “팀이 9년 만에 4강에 올랐다. 지난 해보다는 확실히 팀이 단합된 모습이고 해보려는 의지도 강해졌다. 6강 PO부터 시작한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있다. 빨리 끝내서 체력도 세이브됐고 경기감각도 익혔으니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모비스가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특정 선수가 공격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다섯 명 모두가 공격을 펼친다. 모비스도 더 고심하고 나와야 할 것”이라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승현은 “모비스전은 어떻게든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모비스전의 키워드는 리바운드와 제공권, 수비, 정신력”이라며 필승의 의지를 드러냈다.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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