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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45분간 ‘센타링’ 7개씩….”
최강희 감독은 지난달 31일과 1일 연달아 치른 두 차례 평가전을 관중석 혹은 벤치 옆 그늘막에서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숙소로 들어갔다. 그렇다고 계속 조용한 것은 아니었다. 특히 경기 전엔 선발 라인업에 든 선수들 위주로 짧고 굵은 지시를 내리며 ‘뉴 최강희호’의 핵심을 강조했다. 그의 ‘촌철살인’ 같은 발언은 두바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1.“백패스 몇 개 하나 유심히 세어봐.”=최 감독은 1일 우즈베키스탄 강호 분요드코르전을 앞두고 팀 주무를 불러 이렇게 말했다. 흔히 생각하는 최종 수비수들의 백패스 세어보기가 아니었다. 미드필더 특히 한 선수를 콕 가리켜 ‘백패스 금지’를 강조하고는 주무에게 그의 백패스를 체크하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겼다. 빠르고 정확한 전진패스를 통해 공격 축구의 밀도를 더욱 높이겠다는 최 감독의 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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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분간 ‘센타링’ 7개씩 하고 나와야 한다.”
=전북은 31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전에선 후반 45분간 스리백 시스템을 가동했다. 이어 1일 분요드코르전에선 전·후반 전체를 털어 3-4-1-2 시스템을 썼다. 측면 윙어가 부족, 포백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지만 올시즌 스리백을 어느 정도 쓰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스리백에선 좌·우 측면 윙백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수비는 물론 공격 때는 거의 윙포워드처럼 전진해서 크로스를 올려야 한다. 최 감독은 분요드코르전 전반전 윙백으로 출격하는 국태정과 최철순을 부르고는 크로스의 한국식 표현일 센터링을 ‘센타링’으로 발음하면서 “너희들 센타링 전반에 7개씩 해야한다. 스리백에선 둘의 뒤가 아무도 없는 거야. 꼭 해”라고 강조했다.
#3.“우리 애들이 너무 착해.”=최 감독은 올해 입단한 신인 수비수 김민재를 곧잘 칭찬한다. 새내기임에도 실력이 좋고 전방에 찔러주는 패스 등이 괜찮기 때문이다. 최 감독은 “볼 줄이 좋다”고 표현했다. 그 만큼 다른 수비수들이 공격적인 침투패스를 넣으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는 “에두 등 다른 공격수들이 밑으로 ‘탁’하고 나왔을 때 (수비수나 미드필더들)패스가 들어가야 한다”며 “그게 아직 안 된다. 외국 구단이었으면 공격수들이 볼 안 준다고 막 난리가 났을 텐데 우리 선수들이 너무 착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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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나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전북은 두 차례 평가전을 모두 졌다. 최 감독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취재진과 만난 뒤 “파비오 피지컬 코치가 ‘재작년엔 전훈 연습경기를 다 이겼는데 작년엔 지는 경기가 많았고 등등을 설명하고는 내 기분을 풀어주려고 하더라. 연습 경기 이기든 지든 신경쓸 것 없다는 얘기 아니냐”며 “그래서 내가 파비오 코치에게 ‘나, 아무렇지도 않아. 괜찮아’라고 얘기하며 웃었다”고 했다. 최 감독은 “클럽 월드컵 때문에 작년 12월 중순까지 시즌을 치렀다. 지금은 연습 경기도 하면 안 되는 기간이다. 다만 두바이까지 와서 경기를 안 하고 갈 수 없어 하는 것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5.“포백이었으면 더 잘했을 거야.”=아스타나는 한창 시즌을 치르다 휴식기를 맞아 두바이에 온 팀이다. 분요드코르는 내달 7일 엘 자이시(카타르)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플레이오프를 벌이는데 최종 리허설 상대로 전북을 골랐다. 둘 다 컨디션이 100%에 도달했고 또 전북전에선 수시로 교체를 하며 공식 경기 못지 않은 열기를 갖고 임했다. 최 감독은 “상대가 센 게 아니라 우리가 못 한거다. 70~80% 컨디션밖에 안 된다”며 “또 포백으로 싸웠다면 더 잘했을 거다”고 선수들을 다독였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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