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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전북 감독이 1일 두바이 세븐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분요드코르와 연습경기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두바이=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엊그제 통화했는데 다 내려놓으셨더라.”

이철근 단장과 최강희 감독은 10년간 동행하며 전북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2회 우승을 이룩하는 양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그 한 축이 무너졌다. 이 단장이 지난해 스카우트의 심판 매수 파문과 최근 벌어진 올해 ACL 출전권 관련 소송에 책임지고 사퇴한 것이다. 전북 구단은 “이 단장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판결 이전부터 사임을 결심하셨다”며 그의 퇴진을 발표했다. 곧 신임 단장이 선임될 예정이다.

1996년 울산 사무국장이었던 이 단장은 지난 2003년 전북의 사무국장으로 부임한 뒤 2005년 단장에 올랐다. 당시 성적 부진으로 위기에 몰렸으나 이 단장은 국가대표 코치 출신의 최 감독을 데려와 재건을 맡겼고, 둘의 조화 속에 전북은 2006년과 지난해 ACL 정상 등극, K리그 클래식 4회 우승으로 명실상부한 국내 프로축구 ‘리딩 클럽’이 됐다. 하지만 지난해 심판 매수 파문은 전북에 씻을 수 없는 치욕이 됐고 결국 이 단장의 사임으로 이어졌다.

4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취재진과 만난 최 감독은 “엊그제 단장님과 통화했는데 다 내려놓으셨더라. 단장님과 미운정이 너무 들었는데 2~3일간 슬프고 허탈했다”며 “내가 뭘 그렇게 얻을 게 있어 이러고 있나란 생각이 든다. 내 마음이 그렇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선수들만 불쌍하게 됐다”며 지난 10년간 쌓아올린 전북의 경쟁력이 어떻게 유지될까에 대해 걱정하는 모습도 숨기지 않았다.

최 감독 개인적으론 CAS 제소 자체를 원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31일 취재진을 두바이에서 처음 만난 뒤 그런 의사를 강하게 표현하며 “1년 ACL을 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봤다. 하지만 내 주장만 할 순 없었다”고 했다. 그는 CAS 판결이 난 4일엔 “검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한국프로축구연맹 징계가 너무 애매했던 것 아닌가란 의견도 내비쳤다. “2부 강등되면 선수들을 어떻게든 다 지켜서 다시 시작하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일단 4일 오후 8시30분 두바이 자벨 알리 사격장 잔디구장에서 열리는 FC코펜하겐(덴마크)과의 전훈 마지막 친선경기를 지휘한 뒤 6일 안팎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다만 자신과 신뢰 관계를 구축하던 이 단장이 사임하면서 최 감독의 마음도 복잡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내 앞에 선수들이 있지만…”이라면서도 “나도 고민이 많다”고 했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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