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맞수, 기업 라이벌 열전 - 벤츠vsBMW

[스포츠서울 임홍규기자] 독일 자동차 브랜드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1987년 수입차 개방 이후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는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며 수입차 시장 성장을 이끈 브랜드로 평가받는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이는 독일 브랜드의 명성은 이들 브랜드가 터를 닦고 씨앗을 뿌렸다. 이제는 국내 자동차 시장의 거목으로 자란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의 경쟁은 향후 수입차, 나아가 국내 자동차 시장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초’에 BMW와 벤츠가 있었다

먼저 국내에 첫발을 내딘 것은 메르데세스 벤츠. 메르세데스 벤츠는 수입차 개방 이전인 1985년부터 수입사를 통해 자사 모델을 국내에 선보였다. 소비자가 갖고 있는 메르데세스 벤츠의 명성과 발 빠른 시장 진출 덕분에 메르세데스 벤츠는 본격적인 국내 시장 진출 이후 수입차 10년 가까이 1위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1987년 수입차 개방과 함께 국내 시장에 진출한 BMW는 이때까지만 해도 메르세데스 벤츠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BMW가 빠르게 치고 나왔다. 1996년부터 BMW의 판매량이 메르세데스 벤츠를 넘어선 것이다.

판매 역전의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꼽힌다. 우선 퍼포먼스 세단이라는 세련되고 젊은 이미지를 강조한 BMW의 전략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배경은 조직 정비다. 1995년 BMW는 국내에 수입차 최초로 국내 법인을 설립하며 공세의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 이후 본격적인 ‘BMW 시대’가 열린다. BMW는 2008년 이후 줄곧 수입차 시장의 판매 1위를 지키며 수입차 시장의 기록을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BMW는 2011년 수입차 최초로 월 판매량 기준 3000대, 연간 2만대 판매를 돌파한 데 이어 2013년 3만대, 2014년 4만대 고지를 수입차 최초로 밟는다.

하지만 지난해 반전이 일어났다.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가 신차 효과 등에 힙입어 판매 5만대 고지에 수입차 중 가장 먼저 오르면서 BMW를 왕좌에서 끌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지난해 대표 모델의 성적표는?

메르세데스의 역전극은 신형 ‘E클래스’가 이끌었다고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는 신형 E클래스 출시와 함께 판매량이 껑충 뛰기 시작했다. ‘E300’은 지난해에만 6169대가 판매됐다. 8월부터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한 ‘E220d’도 5957대나 팔렸다. 실질적으로 하반기의 상승세만으로도 BMW를 제쳤다.

자존심이 상한 BMW는 올해 2월 신형 5시리즈를 출시하면서 맞불을 놓고 있다. 5시리즈는 지난해 경쟁 모델인 E클래스 신차 출시에도 불구하고 ‘520d’가 7910대가 팔리면서 단일 모델 판매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여기에 같은 모델의 사륜모델인 ‘520d xDrive’의 판매량 4747대까지 더하면 1만2000여대가 훌쩍 넘어선다. 신형 모델 투입으로 BMW는 E클래스의 바람을 잠재우겠다는 전략이다. 이 결과에 따라, 올해 수입차 판매 1위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과 외국인 수장의 대결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의 경쟁에서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점은 한국 법인 수장간의 대결이다. 이 두 브랜드는 각기 다른 전략을 통해 국내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BMW는 한국인 대표를 내세우고 있다. BMW코리아 김효준 대표는 2000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다. 수입차 업계의 대표적인 장수 CEO로 꼽히는 김 대표는 최근에 연임에 성공하면서 본사의 신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강력한 조직 장악력과 함께 독일 본사와의 협상력은 그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이에 비해 메르데세스 벤츠코리아는 전략적으로 국내 법인의 수장을 임명하고 있다. 한국 법인 설립 이후 모두 외국인이 수장을 맡아왔다. 현재 대표인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대표는 2015년 취임 이후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임직원간의 소통을 중시하는 그는 다소 보수적인 조직 문화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례로 사무실 리노베이션과 임원실의 문을 항상 열어두는 오픈 도어(Open Door) 정책 등 투명한 소통 강조한다. 아울러 직급 체계를 간소화하고 개방적인 문화를 위해 직원간 호칭에도 변화를 줬다.

hong7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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