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인터뷰1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배우 최강희는 오랫동안 ‘힐링의 아이콘’이었다.

그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연기하는 캐릭터들은 동시대 젊은이들에게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런 그에게 ‘사고’처럼 우울증이 찾아왔다. 오랜 어둠의 터널을 지난 뒤 최강희는 ‘세탁기에 한번 들어갔다 나온 것 처럼’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 그리고 작품 선택의 기준도 달라졌다.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카페 북티크에서 진행된 KBS 2 ‘추리의 여왕’ 종영 기념 인터뷰에서 최강희는 담담하게 ‘진짜 최강희’를 이야기 했다.

-‘화려한 유혹’, ‘추리의 여왕’ 등 이전과 다른 선택기준으로 고른 작품을 할 때 성취감이 남다를 것 같다.

‘화려한 유혹’ 때 스스로 연기 만족도는 사실 높지 않았다. 그러나 자포자기가 아니라 앞으로 이런걸 잘하면 되겠구나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안좋은 말도, 칭찬도 듣지만 그게 내 인생에서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구나’, ‘앞으로 잘하면 되겠그나’하는 생각의 전환이 됐다. 이젠 솔직히 마음에 들면 사극도 할 수 있을 거 같다. 기회가 있고 시켜 주시면 잘 할 생각이 있다.

-우울증을 이겨낸 뒤 좋아진 점은.

기분이 너무 좋다. 가장 좋은 건 성장했다는 느낌이다. 내가 아직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란 게 좋다. 예전엔 ‘누군가에게 꿈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런 욕심이 공황장애가 되더라. 내가 되고 싶은 내가 너무 높이 책정되니 되고 싶은 나와 현실의 나 사이 간극이 점차 벌어졌고, 거기서 문제가 생겼다. 여전히 누군가에게 꿈이 되는 사람이 되면 좋겠지만 이젠 그게 목표라기 보다 작은 바람 정도다.

예전엔 타인의 관점으로 나를 보았던 것 같다. 그래서 남들과 대화도 잘 안하고 살았는데, 이젠 많이 어울린다. 배우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순 없다. 그러나 더이상 날 숨기려 하거나 다르게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좋아해주면 좋고, 아님 어쩔 수 없다. 내가 원하는 가치가 틀려진 것 같다.

최강희 인터뷰6

-최강희라고 하면 ‘4차원’, ‘핸드폰 없이 삐삐를 쓴다’, ‘환경을 생각한다’ 등 이미지가 있다.

내가 4차원이라 생각해 본 적 없다. 자기 세계는 확실하다. 만나면 4차원이 아니라며 실망하는 분도 많다. 이선균 씨는 ‘최강희가 4차원이면 내 친구는 6차원’이라 하더라.

휴대폰은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갖고 싶었다. 예전엔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불필요할 정도로 많았는데 ‘최강희는 환경을 생각한다’는 데에 스스로가 메이더라. 이제 거짓실체는 다 버리고 싶다. 나 답게 숨기지 않고 속편하게 살고 싶다.

-얼마전 돌아가신 고 김영애 선생님을 ‘엄마’라 부를 정도로 가깝게 지냈는데.

잘 보내 드렸다. 2~3년 전부터 선생님이 돌아가실 거 같다 느꼈다. ‘화려한 유혹’을 찍으며 시간이 없어 자주는 못뵀는데 뵈면 많이 아파보이셨다. 문병을 가끔 가면 고통스러워 하셔서 작별할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다. 돌아가셨을 때 슬프다기 보다는 ‘진짜 좋은 데 가셨구나’ 싶은 마음이 컸다. 속으로 ‘좋죠? 여기보다 좋죠?’라고 여쭤봤다. 여기보다 더 좋은데로 가셨을 거라는 확신이 있다.

-연애나 결혼에 대한 생각은.

예전엔 결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지난해부터 여러가지 회복하면서 처음으로 결혼이 색깔 있는 그림처럼 머릿속에 처음으로 그려지더라. ‘추리의 여왕’을 하며 권상우 씨나 김현숙 씨처럼 가정있는 분들을 봤는데 그들에게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다. 너무 보기 좋았다.

왜 결혼에 대해 좋게 생각하게 됐을까. 내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같다는 생각이 드니 그런 것 같다. 좋은 가정을 이뤄보고픈 생각은 있다. 아이들도 별로 안 좋아했는데 좋아졌다. 요즘은 아이들이 예뻐 보이더라.

-앞으로 활동 계획과 각오는.

더운 걸 좋아하니 봄 여름 가을엔 열심히 일하고, 겨울엔 쉬거나 월드비전 봉사활동을 가며 보내고 싶다. 많이 일할 수 있을 때 최대한 일하고 싶다. 촬영장이든 어디서든 밝은 기운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플라이업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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