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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 고집스러운 ‘최씨’들이 장외에서 자존심 싸움을 벌였다. 최순호 포항 감독은 전북의 축구스타일에 반감을 드러냈고, 최강희 전북 감독은 그런 최순호 감독의 의견에 반대했다. 경기의 결과는 포항에 강한 이동국이 갈라놨다. 이동국이라는 훌륭한 스트라이커가 최강희 감독의 시나리오를 완벽하게 플레이로 풀어내면서 성공적인 작품을 완성했다.
포항과 전북의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17라운드 경기가 열린 28일 포항스틸야드. 경기 전부터 양 팀 사령탑의 설전이 뜨거웠다. 최순호 감독은 전북에 대해 “정해진 틀 없이 문전에 상대를 몰아넣고 선수들 개인기량으로 해결하는 스타일이다. 선수가 잘한다는 느낌은 주지만 축구 자체가 멋지다는 느낌은 부족하다”면서 “우리는 팀 전체의 틀이 있고 그 안에서 전술적으로 움직이면서 창의적인 플레이를 유도한다”고 말했다. 최강희 감독은 “포항이 지난 제주전에 선수를 아꼈던데 전북을 미워하나 보다”면서 “우리가 루즈하게 경기한다고 평하셨던데 정말 그런지 경기 후에 알게 될 것”이라고 어금니를 깨물었다. 지난 4월 전주에서 열린 리그 7라운드 경기 이후 최순호 감독이 “전북이 강하게 맞부딪히지 않고 루즈한 경기를 했다”고 언급하면서 시작된 두 고집스러운 ‘최씨’ 감독들의 자존심 싸움은 이날까지도 이어졌다.
앞선 경기에서 포항을 2-0으로 꺾고도 공격적인 경기를 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들은 최강희 감독은 이날 포항을 상대로 이동국에게 최전방을 맡겼다. 이동국은 꾸준히 경기에 나서고는 있지만 지난 5월 6일 대구전 이후 선발출전이 없었다. 리그 개막전을 포함 이날이 올 시즌 세 번째 선발 출전이었다. 에두와 김신욱이 워낙 잘하고 있던터라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한 이동국의 선발출전 기회가 상대적으로 줄었다. 최강희 감독은 “고향팀에 인사나 하라고 선발로 냈다”고 농담을 던지면서 “그동안 몸상태도 좋고 훈련도 열심히 했는데 출전기회를 많이 주지 못해 미안했다”고 이동국 선발투입의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그의 2골에 힙입은 전북이 3-1로 승리를 거뒀다.
골맛이 그리웠을까. 출전시간에 한이 맺혔을까. 이동국은 경기가 시작된지 5분만에 포항의 골망을 흔들며 건재를 과시했다. 페널티아크 왼편에서 공을 받은 그는 뒷편의 동료에게 힐패스를 하는 척 속임동작을 쓰며 앞을 막아선 권완규의 중심을 흔들어놓은 뒤 빠르고 강한 오른발 감아차기 슛으로 골문 오른쪽 상단을 저격했다. 전반 23분에는 적극적인 돌파로 손준호에게 파울을 빼앗으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자신이 직접 나서서 망설임없는 킥으로 득점을 추가했다.
사실 이동국은 고향팀이자 프로 데뷔 시절의 친정팀인 포항에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2009년 전북에 입단한 이후 올해까지 뛰면서 포항전 24경기에 나서 이날 2득점 포함 총 15골을 넣었다. 이동국의 프로통산 경기당 평균 골이 0.43(450경기 195골)인데 비해 포항전은 경기당 평균 0.63골로 높다. 지난 2011년 8월 21일 포항전 해트트릭(3골)에 이어 두 번째 해트트릭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후반 16분 로페즈와 교체돼며 전북 팬들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동국의 활약 덕분에 최강희 감독은 두 번 웃을 수 있었다. 최순호 감독과 장외설전을 벌였지만 경기력으로 승리하며 자존심을 세웠다. 포항이 후반들어 매섭게 공격을 펼친 탓에 공 점유율에서 밀리는 가운데서도 이동국이 5번의 슛을 시도하는 등 슛 횟수에서는 9-10(유효슛 3-3)으로 포항에 크게 뒤쳐지지 않았다. 비록 후반 11분 상대의 빠른 역습에 뒷공간이 무너지며 손준호에게 실점하기는 했지만 이동국이 2골을 해결하며 리드를 안겨준 덕분에 외국인 선수들이 뛸 시간도 충분히 벌었다. 최근 활약상이 좋은 에두에게 뛸 기회를 마련해주며 불만이 생기지 않도록 했다. 부상에서 복귀한 후 경기체력과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 출전시간을 서서히 늘려가고 있는 로페즈에게도 30분 가량을 할애했다. 에두는 후반 37분 김진수의 긴 패스를 이어받아 상대 수비수와 몸싸움을 버텨내며 쐐기골을 꽂아 넣어 최강희 감독의 낯빛을 한 번더 밝게 했다.
polari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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