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영화 \'박열\' 제작보고회, 질문에 답변하는 이준익 감독

[스포츠서울 남혜연 대중문화부장]사람의 온기가 가장 많이 느껴지는 감독일 것이다.

바로 영화 감독 이준익(58)이다. 온화한 미소로 모든 것을 포용하는 것 처럼 보지만, 깊이 들여다 보면 그 눈이 매섭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한겹 더 깊이 들여다 보면 사람 그리고 삶을 대하는 태도가 굉장히 따스하고 배려가 가득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일까. 그의 영화는 늘 사람의 일상과 그 시대의 아픔을 다루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살아볼 만해!’라는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웃다가 울다가 결국에는 나 자신을 돌아보는 힘을 갖게 하는 게 바로 영화감독 이준익이 우리에게 주는 힘이 아닐까.

1000만 영화 ‘왕의남자’를 시작으로 그는 대중의 관심을 받았고, 현재까지 쉼없는 작품활동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영화들이 각기 다른 연출방향 그리고 분위기를 나타낸다는 점이다. ‘이준익표 영화’라는 것이 절대 성립되지 않는, 대신 ‘이준익의 마법’은 이해되는 상황이다. 이준익 감독은 이에 대해 “나는 영화 배우, 스태프들이 있는 놀이터의 관리인이기 때문”이라면서 웃기만 했다.

이준익 감독을 만난 그날은 최근의 개봉작인 ‘박열’이 100만 돌파라는 기록을 넘어선 시점이었다. 사무실로 축하인사를 하러온 영화 관계자를 향해 그는 “저 ‘소 뒷걸음 치다 쥐 잡은 격’이에요. 어쩌다 잘 된거에요”라며 허허실실 웃기만 했다. 겸손함 그리고 긍정적으로 삶을 대하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좋은 방향으로 이끌게 한 것은 아닐까. 감독 이준익 보다는 사람 이준익이 더 궁금해진 인터뷰였다. ①이어

- 선배 감독으로 봉준호 감독의 넷플릭스와 협업한 ‘옥자’에 대한 시선이 궁금합니다.

봉준호 감독은 너무 좋아하는 후배죠. 대한민국 감독이 미국의 거대자본으로 한국에서 발생된 이야기를 인터내셔널하게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열었잖아요. 굉장히 위대한 작업을 해냈어요. 한국영화제작현장에서 발생된 감독이나 영화적 에너지가 세계 영화시장의 통로로 연결되게 한다는 것은 굉장히 의미가 있잖아요.

실력을 증명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상업 영화계에서는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감독이, 아트 영화계열에서는 김기덕, 홍상수 감독 등 각각 독자적인 세계가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잖아요. 한국 감독들이 어떠한 세계 영화사에 기여한다는 것은 미래의 후배들한테도 창작의지를 확장한다는 데 있어서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죠.

또 ‘박열’이 극장에서 100만~200만 봤다는 게 영화를 다 본 게 아니잖아요. 결국에는 IPTV시장도 있으니까. ‘라디오 스타’가 185만명 밖에 안봤어요. 티비에서 더 많이 봤거든요. “티비에서 ‘라디오 스타’ 봤어?”라고 기억하지 않아요. “나 그 영화 봤어”라고 말하잖아요. 그게 영화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는 판타지가 있습니다. 선배감독으로 어떻게 느끼는지.

봉준호의 정서는 천진성에 있다고 생각해요. 사회의식을 선명하게 드러내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주인공인 인물은 천진성에 기대고 있어요. ‘괴물’이라는 영화에서 송강호가 가족을 대할 때 생활의 태도가 있잖아요. 능력자이든, 무능력자이든 그가 일상에서 보여주는 것은 부족한 인간으로서의 천진성이 보이거든요. 그래서 미워할 수 없죠.

- 다시 말해 가공성과 실존성이라고 표현해도 될까요?

봉준호 감독은 가공성을 동원해서 실존성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게 하죠. 반대로, 난 가공성이 없어요. 다 실존성이죠. 실존성에서 어떤 판타지를 만들죠. 반대로 봉준호 감독은 판타지에서 리얼리티를 만들고요. 모든 창작자는 자신의 삶의 경로에 비례하는 뇌회로를 갖고 있어요. 이것을 무의식의 고백이라고 하죠. 나는 현실에 땅을 딛고 발버둥 치면서 살았어요. 사회에 나올때 부터 몸뚱아리 하나로, 이리저리 부딪쳤죠. 그게 실존이거든요. 그래서 끊임없이 이상향을 꿈꾸는 뇌회로가 만들어진 것이죠.

- 젊은 배우들을 대하는 감독 이준익의 자세도 남다를 것 같습니다.

아마 젊은 배우들은 저와 함께 작업을 할 때 일종의 세대간의 차이를 무색하게 하는 경험을 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저 스스로도 내 아들·딸 보다 한참 어린 그들과 세대간의 간격과 차이를 무색하게 하려는 의지도 있죠. 자칫 그게 잘못 받아들이면 “꼰대가 너무 들이대는 것 아니야?”라며 기피될수도 있는데… 다행스럽게도 애들이 그런 생각이 안들었던 것 같아요.(웃음)

‘왕의남자’의 이준기는 자신에게 부여받은 기대감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했어요. 제대로 된 주인공이었죠. 당시 스물 한 살이었는데, 엄청난 부담이 있었을거에요.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지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굉장했어요. 이준기의 역할이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그 영화에 임하는 자세와 태도, 본질 자체가 달랐어요.

- 또 다른 배우 유아인 그리고 강하늘과 박정민에 대한 에너지도 궁금합니다.

유아인은 자신이 감당해야 할 것에 대한 절대가치가 확실히 있어요. 굉장히 높죠. 야구로 예를들면, 유아인의 공은 강속구에요. 유아인의 연기는 시속 170km의 강속구로 날아와요. 그것도 돌직구요. 그럼 난 포수 잖아요. 모니터를 보고 유아인이 던지는 강속구를 잘 받아야 해요. 그 엄청난 강속구를 ‘딱!’ 하고 받는 순간 내 손이 얼얼한 정도의 느낌을 제대로 받죠. 그래서 ‘사도’ 때 굉장히 즐거웠어요. 송강호가 변화구를, 유아인이 직구를 막 던지는데 너무 재미있고 짜릿했죠.

강하늘과 박정민도 야구로 표현할게요. 강하늘은 아주 이상했어요. 공이 날라오는데 잘 안보였어요. 그런데 꼭 스트라이크는 들어왔죠. 박정민은 제대로 던졌고요. 둘 다 꼭 내 손 안에 공이 잘 받아졌지만, 그 느낌이 달랐죠. 굉장히 신선했어요.

whice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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