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전북 최강희 감독, 설마...감독도 없는 광주에 잡히랴?
전북현대 최강희 감독이 지난 7월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22라운드 광주FC와의 경기에서 그라운드를 응시하고있다. 전주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한국 축구가 이번엔 ‘최강희발’ 폭풍에 휘말릴 기세다. 지난 2005년 지휘봉을 잡은 뒤 K리그 최고 명장으로 자리매김한 최강희 전북 감독이 느닷 없이 “올시즌 내 거취를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된다”는 ‘폭탄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전북은 물론이고 K리그의 다른 구단 팬들도 이 소식에 놀라며 다각도로 해석하고 있다. 올 시즌 레이스가 막바지로 치닫는 상황에서 최 감독은 왜 이런 말로 화제의 중심에 섰을까.

최 감독 발언이 터진 때와 장소는 전북이 홈에서 상주에 충격의 역전패를 당한 지난 20일 밤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였다. 패배의 원인과 여파 등에 관한 취재진의 질문과 최 감독의 답변이 자연스럽게 오가던 중 갑자기 나왔다. 최 감독은 “오늘 (개인 통산)200승을 달성하고 말하면 좋았겠지만 올 시즌(끝난 뒤) 내 거취를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된다”면서 “팀이 안정되고 우승 윤곽이 나오면 얘기를 하려고 했다. 스플릿시스템 상위리그 전까지 우승 윤곽을 내려고 했다. 다시 한 번 정비해야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놀란 취재진이 “거취 이야기를 했다”고 재차 묻자 “오늘 경기를 졌기 때문에 선수단에 영향이 있을 것이다. 시기를 봐서 얘기해야할 것 같다”며 아리송한 답변을 내놨다. 최 감독은 기자회견장에서도 한편으론 핵심을 콕콕 찌르고, 다른 한편으론 위트있는 답변을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감독의 달인’은 물론, ‘인터뷰의 달인’, ‘기자회견의 달인’이 됐다는 뜻이다. 그런 그가 물어보지 않은 얘기를 불쑥 꺼내 회견장을 술렁이게 만든 것으로도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자살로 완결된 스카우트의 비극, 영향 미쳤나

최 감독 회견 내용의 해석은 크게 두 가지로 엇갈린다. 첫 번째는 그가 ‘진짜로’ 사임할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5년 전북에 오자마자 FA컵 우승을 들어올린 그는 이듬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에 이어 2009년 국내 K리그 무대 정상에 서면서 롱런하기 시작했다. 올해까지 12년간 전북을 지휘하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27년간 이끈 알렉스 퍼거슨 감독에 비유되는 ‘한국의 퍼거슨’으로 불렸다. 2011·2014·2015년 K리그 클래식에서 우승했고 지난 해엔 숙원이었던 ACL 두 번째 정상 등극에도 성공했다.

문제는 지난 해와 올해 그와 깊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떠나가면서 최 감독도 적지 않은 충격에 빠졌다는 점이다. 전북엔 전 스카우트였던 A씨가 2012~2013년 저질렀던 심판 매수 사건이 지난해 5월 드러나 4개월 뒤 유죄 선고를 받는 일이 있었다. 이로 인해 전북은 지난 시즌 감점 9점 징계를 당했고 결국 멀리 떨어트려놓았던 서울에 따라잡혀 시즌 최종전에서 서울에 지고 우승을 놓쳤다. 이후 ACL 우승으로 한 숨 돌리는 듯 했으나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전북의 올해 ACL 참가 자격을 박탈한 것에 이어 한 달 뒤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전북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다시 한 번 고개 숙였다. 이로 인해 10년 넘게 최 감독과 호흡했던 이철근 단장이 구단을 떠났다. 이어 지난 6월엔 스카우트 A씨가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극이 일어났다. 일각에선 이런 일이 연쇄적으로 최 감독을 찾아들면서 그가 감독직을 수행할 정서적 동력을 잃어버린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의 회견 발언 중 “오늘 200승을 달성하고 말했으면 좋았겠지만”이라며 승패에 관계없이 ‘무조건’ 상주전 직후 퇴진 암시를 주려고 했던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제주와 막판 선두 레이스, 선수단 분위기 잡을 초강수인가

또 다른 시각은 우승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선수단에 단행한 ‘충격 요법’이란 해석이다. 전북은 이날 상주에 선제골을 넣고 앞서가다가 김민재가 퇴장을 당하면서 코너에 몰렸다. 후반 종료 직전 김호남에 버저비터 골을 내주고 충격패했다. 상주가 강등권 싸움을 하는 약체란 점에서 이날 패배의 여파는 더 컸다. 마침 추격자 제주가 수원을 이기면서 전북이 승점 60, 제주가 승점 57이 됐고 전북 입장에선 제주에 맹추격을 허용했다. 전북 고위관계자는 “불과 며칠 전까지 최 감독과 내년 ACL을 위한 스쿼드 구성 등을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었다. 사임의 기색은 전혀 눈치챌 수 없었다. 상주전 직후에도 발언에 대해 ‘별 거 아니다’라고 전했다”며 “다만 상주전 패배로 우승의 좋은 기회가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 이런 방향에서 보면 선수단에 자극을 주려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제주가 천적 수원을 적지에서 잡았으나, 경기 전만 해도 전북이 상주를 무난히 이기고, 제주가 수원과 비기거나 혹은 지면 두 팀 간격이 8~9점으로 벌어져 전북의 조기 우승이 가시권에 들어올 거란 관측이 있었다. 이런 시나리오는 완전히 어긋났고, 전북은 제주와 우승을 놓고 살얼음판 레이스를 펼치는 현실로 내몰렸다. 전체적으론 좋은 경기력을 펼치면서도 4~5경기에 한 번씩 맥없이 패하거나 비기는 경우가 많다. 될만 하면 흐트러지는 팀 분위기를 다 잡기 위해 최 감독이 언론 앞에서 초강수를 쓴 것으로 볼 수 있다. 당분간 그의 사임 논란은 K리그의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최 감독은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24일 오후 6시 대구와 홈 경기를 치른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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