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한국의 첫 금메달 임효준, 금메달 \'앙!\'
임효준이 11일 평창 메달플라자에서 열린 2018 평창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매달을 깨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평창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해설위원]출발이 좋다. 금메달을 딴 남자 대표팀은 물론이고 여자 대표팀도 잘 했다. 한국에서 하면 홈 그라운드의 이점도 있지만 마음의 부담도 클 텐데 잘 이겨냈다. 여자 3000m 계주에선 넘어지기도 했는데 다행히 초반에 그런 일이 일어나서 잘 극복했다. 좋은 약이 되면서 더 잘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론 스케이팅 기술이 뛰어난 선수들을 좋아한다. 남자 1500m 금메달을 딴 임효준, 여자 에이스 최민정을 보면 테크닉이 빼어나다. 이런 선수들은 지도자 입장에서 믿을 수 있다. 임효준 같은 경우는 결승전에서 무려 9명이 레이스를 펼쳤는데 상당히 힘든 경우다. 경기 도중 밀려서 뒤로 빠지면 선수들이 너무 많아 앞으로 나올 수 없다. 실제로 임효준은 결승 도중 세게 밀려서 걱정했다. 속도를 올리기 힘드니까. 하지만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 선수여서 달랐다. 중간 중간 기회가 있으면 바로 치고 나오고 바퀴 수가 줄어들 때마다 앞으로 나아가는 흐름을 타야 하는데 계획대로 잘 됐다. 임효준이 3바퀴를 남겨놓고 선두로 갈 때 ‘이젠 됐다’는 느낌이 왔다.

최민정을 보면 한국이 한 번도 따지 못했던 여자 500m 금메달도 기대하게 한다. 올림픽에선 나 말고 남·녀를 통틀어 500m 금메달이 없었는데 최민정의 실력을 보면 충분히 딸 수 있다. 예선을 보니 맨 바깥쪽 4번 레인으로 출발했는데 스타트와 함께 2번을 꿰차더라.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심석희는 500m에서 일찌감치 떨어졌지만 괜찮다. 원래 한국 쇼트트랙이 500m에 약하다. 최민정이 특출난 거다. 1000m와 1500m가 남았다. 한 살 어린 후배(최민정)가 워낙 잘 타니까 스트레스 받을 수밖에 없지만 이겨낼 것으로 믿는다. 소치 올림픽에선 개인전 금메달이 없었다. 이번엔 한 번 해주길 꼭 기대한다.

지금 남·녀 대표팀 수준이 예전 한국의 전성기 시절로 돌아온 것 같다. 최근 남자가 부진했지만 이젠 실력을 되찾았고 임효준의 금메달로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남·녀 모두 완전히 믿을 만한 선수들이 2명씩 있다는 점이 든든하다. 게다가 소치 올림픽 당시 안현수(빅토르 안)처럼 특출난 외국인 선수가 보이질 않는다. 캐나다의 샤를 아믈랭은 34살이다보니 노쇠한 기미가 뚜렷하다, 네덜란드의 싱키 크네흐트가 잘 하고 있지만 한국 선수들을 이길 정도는 아니다. 1500m 결승을 보니 임효준을 뒤집어 1위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괜히 발 뻗었다가 실격해 은메달도 놓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임효준의 금메달을 인정한다는 얘기다. 황대헌이 1500m 넘어진 충격을 극복하고 마인드 컨트롤을 잘 하면 한국 쇼트트랙을 이겨낼 적수은 없다. 많은 메달을 기대할 만하다.

<1994 릴레함메르 올림픽 남자 500m 금메달리스트·본지 논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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