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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득점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아드리아노 가세는 전북 공격을 더 강하고 다채롭게 한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투톱을 좋아한다. ‘닥공’을 추구하는 최 감독은 늘 스트라이커 두 명이 전방에서 호흡을 맞추며 상대 수비를 괴롭히는 장면을 꿈꾼다. 때로는 수비 밸런스가 붕괴되고 화를 부르기도 하지만 매 시즌 포기하지 않고 시도한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1차전 가시와레이솔전에서도 후반전 선보인 김신욱-이동국 조합이 반전을 만들었다.
20일 홍콩에서 열린 킷치와의 2차전에서 최 감독은 김신욱-아드리아노 투톱 카드를 꺼냈다. 효과는 즉시 나왔다. 아드리아노는 전반에만 세 골을 터뜨리며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페널티킥으로 두 골을 넣기는 했지만 두 공격수의 호흡이 좋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피지컬이 압도적인 김신욱이 수비를 흔들며 나오는 빈 공간을 아드리아노가 활용했다. 골 결정력이 좋은 아드리아노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후반에는 이동국-아드리아노가 호흡을 맞췄다. 아드리아노가 부지런히 좌우로 움직이고 이동국이 내려와 처진 스트라이커처럼 움직였다. 이미 크게 앞선 상황이라 무리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추가골이 나왔고 전북은 6-0 대승을 거뒀다.
투톱의 생명은 조합이다. 김신욱-이동국은 무게감이 있지만 극단적으로 공격적인 작전이 필요할 때만 활용할 수 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꺼내기 어렵다. 기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약점을 드러낸다. 모험적인 전술이다. 투톱의 한 축이 아드리아노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아드리아노는 특출나게 빠르거나 개인기가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느리거나 기술이 나쁘지도 않다. 다양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 중에서도 골 결정력이 좋다. 적은 슈팅으로 많은 득점을 만드는 재주가 있다.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어디로 가면 공이 오는지 본능적으로 잘 안다. 흔히 말하는 위치선정 능력이 탁월하다. 전방에서 힘으로 버티는 김신욱과 함께 뛸 경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앞서 설명한 대로 김신욱이 수비를 힘으로 누를 때 생기는 공간을 아드리아노가 활용할 수 있다. 이동국과의 콤비네이션에도 장점이 있다. 이동국은 공을 지키는 능력이 좋다. 연계 플레이에도 능숙하다. 전방에 아드리아노 같은 공격수가 있으면 다채로운 패턴의 공격이 나올 수 있다. 반대로 아드리아노가 페널티박스 안의 이동국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아드리아노도 동료를 활용하는 능력이 준수하다. 킷치전에서 이동국의 득점을 도왔다.
관건은 수비 밸런스다. 전북 코치들이 최 감독이 투톱을 고려할 때마다 만류하는 것도 수비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현대 축구에서 4-4-2 포메이션인 수비적인 경우가 많다. 두 줄 수비를 세우고 역습을 노리는 작전이다. 최근 대표팀에서 자리 잡은 스타일이기도 하다. 최 감독의 4-4-2는 다르다. 공격지향적이다. 라인을 올리고 전진하는 전술이다. 그래서 중요한 게 미드필더들의 수비 지원이다. 최 감독은 로페즈, 한교원에게 끊임없이 수비 가담을 요구한다. 수비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다. 이 부분의 완성도를 높이면 전북 투톱은 상대를 두렵게 만드는 작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매 경기 투톱을 쓰기는 어렵다. 다만 아드리아노 한 명의 가세로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전북의 주무기인 4-1-4-1과 4-4-2를 적절하게 활용하면 올시즌 전북은 더 강해질 수 있다. 같은 투톱이여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경기 스타일이 달라진다. 상대 입장에선 더 까다로워진다는 뜻이다. 공격수들의 능력이 이미 출중한데 어떤 조합으로 나올지 알 수 없으니 경기 전 상대 감독은 더 고민할 수밖에 없다. K리그와 ACL 동시 석권을 노리는 전북 입장에선 아드리아노 합류는 천군만마인 셈이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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