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_손석우_대표님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이병헌, 진구, 한가인, 한지민, 한효주, 김고은, 추자현, 이희준 등 배우들이 속한 BH엔터테인먼트(이하 BH)는 13년째 국내 대중문화계의 중견 업체로 확고히 자리하고 있는 배우매니지먼트 업체다. 업계가 수차례 변혁의 시기를 거치는 동안에도 BH는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고 늘 업계의 중심축을 지키는 원동력으로는 손석우(44) 대표가 꼽힌다.

업계의 변화와 흐름에 대한 비전, 높은 이해도를 지닌 그를 만나 BH 소속 배우들, 드라마 콘텐츠 시장의 비전과 한류의 미래 등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BH에 대해 소개해달라

2006년 여름 설립된 중견 배우 매니지먼트 회사다. 당시는 업계의 구조가 바뀌는 과도기였다. 엔터 산업에 대형 자본이 들어오고, 기획사의 대형화가 이뤄져서 배우들이 많은 계약금을 받고 회사를 옮겼지만 자본의 부작용이 있었다. 사람을 관리 하는 게 이 업종의 주된 일인데 그런 부분이 미흡했다. 매니지먼트 업체의 대형화 추세에서 피해를 입었던 상대적인 사람들이 다시 소규모 기획사로 이동하던 흐름이었다.

당시 BH는 ‘부티크 매니지먼트’를 지향했다. 청담동 일대에 좋은 제품을 파는 편집샵 형태, 일명 부티크 샵이 많았는데 그처럼 작지만 내실을 기하자는 의미로 만든 표현이었다. BH는 소수정예를 추구했고 양적 팽창보단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프로세스를 정립했다. 이병헌을 주축으로 초창기 2~3명의 배우, 컴퓨터 1대, 직원 3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직원 30여명, 배우 20여 명에 이른다. 지금도 엔터 산업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이에 발맞춰 우리 회사도 변화를 꿈꾸는 시기다.

-BH엔테인먼트를 함께 설립한 배우 이병헌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

2001년말, ‘사이클론’이란 회사에 함께 속해 있었다. 나는 다른 배우들을 맡고 있었는데 이병헌의 업무를 지원나가 우연히 현장에서 조우했다. 무슨 이유에선지 함께 일하자고 제안하더라. 당시 우리 팀에 8명의 배우가 있어, 다른 배우를 맡을 여력이 안됐다. 그래서 내켜하지 않았는데 그 다음주 출근해보니, 우리 팀이 흩어지고 내가 이병헌의 팀으로 발령이 났다. 2002년 함께 다른 회사로 옮겼다가 후에 그 회사는 다른 회사들과 합병을 했고,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그 와중에 난 해고 됐고, 회사를 준비했다. 내가 해고된 데 불만을 품은 이병헌이 계약 만료 이후 나와 함께 하게 됐다.

-옆에서 지켜본 배우 이병헌, 인간 이병헌은 어떤 사람인가.

배우로서 당연히 1등이다. 연기를 너무 잘한다. 대단한 점은 연기를 하면서 늘 자신을 넘어선다. 처음 만났을 때 보다 지금 더 연기를 잘한다. 매번 자기를 넘어서며 실험한다. 배우로서는 너무 좋은 자질을 타고 났고. 업적과 기록도 남겼다. 직업적으로 봤을 때 존경하는 배우다.

인간적으로는 의리가 있다. 너무 바보스러울 정도로 사람을 믿는다. 그래서 늘 손해를 본다. 데뷔한 이후 나를 만나기 전까지 함께 일한 사람들에게 금전적으로 아쉬운 일을 당하는 일이 잦았다. 그런데 그런 점이 연기를 잘하는 이유일 수 있다. 연기밖에 모른다.

-BH에 배우를 영입하는 기준은.

현재 전속된 배우와 이미지, 그리고 공략될 포지션이 겹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사람의 ‘결’을 본다. 가족을 제외하고 가장 친밀한 관계가 형성돼야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평생 친구, 동반자 처럼 일해야 하기에 파트너십은 필수다. 사회적 배우자의 느낌이다. 서로의 돈독한 관계를 바탕으로 해야 하는 일이라 성향, 결이 다르고 대화가 안되면 오래 일하기 힘들더라.

지금 있는 배우들은 오래 됐다. 이병헌과 17년, 진구와 16년 일했고, 한효주와도 10년 가까이 함께 했다. 다른 배우도 대부분 5년 이상 됐다.

-BH에서 올해 주목해야 할 배우는.

소속 배우의 95%가 연말까지 캐스팅이 완료됐다. 추자현처럼 건강이 안좋아서 회복 단계에 있는 배우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연말까지 일정이 꽉차있다. 소속 배우 모두를 기대해봐도 좋다.

우선 한지민은 공백이 길었는데 올해 하반기 영화와 드라마 출연이 예정돼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1년 동안 활발하게 활동할 거 같다. 이지아도 오랜 휴식기를 마치고 ‘나의 아저씨’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꾸준히 볼 수 있을 거 같다. 이병헌은 ‘미스터 션샤인’ 이후 작품을 결정하는 단계다.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

[포토]미스터 션샤인 이병헌, 많이 기대해주세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제작발표회가 26일 강남 논현동에서 열렸다. 배우 이병헌이 무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 6. 26 강남 |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최근 추자현의 건강 문제가 이슈가 됐었다. 출산 후 위독설 등 루머 때문에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제일 중요한건 대중과 솔직하게 소통하는 것이다. 우리는 추자현의 건강 상태를 사실 그대로 알렸다. 거짓말을 하거나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적어도 우린 아는 부분까진 진실을 말한다. 일부 언론, 일부 팬들이 오해한 부분이 있었지만 시간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가장 신경 쓴 건 인간 추자현을 보호하는 일이었다. 배우 추자현 이전에 인간 추자현이고 그의 삶은 중요하다. 아이를 낳은 엄마로서 보호받을 부분이 있다.

대중의 알권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위독설을 해명하기 위해 애를 낳자마자 얼굴이 퉁퉁 부어있는 추자현의 사진을 SNS에 올리고 싶지 않았다. 목소리도 안나오는데 그의 앞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싶지 않았다. 건강이 회복된 뒤 자신의 목소리로 진정성 담아 좋은 소식을 알리는게 중요하다고 봤다.

-소속 배우가 구설이나 안좋은 일에 휘말렸을 때 위기관리의 원칙이 있는가.

특별한 전략은 없다. 있는 그대로 사실을 알리면 된다. 아닌 건 아니라고 솔직하게 말한다.

-BH에는 특이하게도 외국 배우들이 있다. 션 리차드 , 카라타 에리카 , 우효광 등이 속해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 보다 기회가 주어진 측면이 있다. 의외로 국내 시장에서 활용도가 있다. ‘비정상회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등장하며 외국인 등에 대한 다양한 수요가 있다. 앞으로도 영구적으로 유효할진 모르지만 현 시점에선 역량과 자질을 갖춘 외국인 배우가 활동할 공간이 존재한다.

-배우매니지먼트 회사 대표 중 BH 출신이 많아지고 있다. 신혜선의 소속사 YNK엔터테인먼트의 김민수 대표, 심은경 소속사 매니지먼트AND의 권오현 대표, 이원근 소속사 유본컴퍼니 유형석 대표 등이 BH 매니저 출신이다.

너무 대견하다. 혼자 잘 할 수 있는 친구들이라 자기 회사를 차리고 기회를 잘 잡았다. 보기 좋다. 늘 연락하고 만난다.

-후배들에게 평판이 좋은 것 같다. 배우매니지먼트 업계에서 후배 매니저들의 ‘롤모델’로도 이따금 거론된다.

예전 선배들은 야박했다. 사실상 독재자 유형이 많았다. 모든 걸 자신이 직접 콘트롤하고, 독식하던 시대였다. 개인의 문제라기 보다 시대 흐름과 분위기가 그랬다. 그때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있었다. 80~90년대만 해도 방송사 2~3개가 외주 제작사 없이 드라마를 자체 제작했다. 영화사도 모두 충무로에 있었다. 충무로에 가서 몇시간 돌면 국내 모든 영화 제작자를 다 만날 수 있었다. 그때는 오너 결정 권한이 99%였다. 일주일에 4~5일만 일하면 되고, 혼자 일해도 충분한 구조였다.

지금은 생태계가 다르다. 주요 영화 배급사만 10군데가 넘고, 드라마를 송출하는 방송사도 10개 내외다. 엄청난 수의 제작사사 있고, 제작편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언론 매체수도 엄청나고, 광고 인프라도 관리하려면 혼자 일해선 안된다.

BH만 해도 일년에 시나리오 400권 정도를 검토한다. 시나리오를 필터링하고, 전략을 짜려면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이제는 배우 매니지먼트 회사 오너의 역량보다 조직력이 중요한 시대다. 직원 모두가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한다. BH는 개인 회사가 아니다. 배우와 스태프가 12년간 땀흘려 키운 회사다. 이런 흐름에선 함께 일하던 후배 매니저들이 분리, 독립하는 걸 독려하고 반겨야 한다. 박수를 쳐주고, 그들의 독립에 힘을 보태야 한다. 능력을 인정해주고, 상생하는 게 중요하다.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BH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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