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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베트남을 또 한 번 들썩이는 ‘박항서 매직’의 진짜 숨은 비결은 무실점 수비다.
2018 자카르타-아시안게임 남자 축구에서 8강 진출 역사를 쓴 베트남은 7개월 전 23세 이하(U-23) 선수권 대회 준우승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하고 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U-23 대표팀은 23일 인도네시아 브카시 패트리어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16강에서 바레인을 1-0으로 꺾고 8강에 올랐다. 베트남은 파키스탄·네팔·일본을 연파하고 D조에서 3전 전승 1위로 16강에 올랐다. 바레인을 상대로도 주눅 들지 않았다. 후반 43분 응우엔 꽁 프엉의 극적인 결승포로 웃었다. 베트남은 2010년과 2014년 16강을 넘어 역대 아시안게임 최고성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베트남 감독을 맡은 박 감독은 U-23 선수권에 이어 아시안게임에서도 베트남 축구 새 역사를 쓰고 있다.
베트남은 4경기에서 7골을 넣고 있는데, 베트남 언론은 박항서표 용병술을 칭찬하고 있다. 베트남 ‘보이스 오브 베트남’은 바레인전에서 3-4-3 포메이션을 유지하다가 박 감독이 상대 선수 1명 퇴장으로 후반 4-4-2로 전환한 부분을 언급한 뒤 ‘교체로 들어간 해결사 꽁 프엉의 결승골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돌풍의 힘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기 마련이다. 베트남의 힘은 수비에서 찾을 수 있다. 이전까지 동남아 축구는 스피드는 호평을 받지만 피지컬과 조직력이 약해 늘 수비에 구멍이 생겼다. 동아시아나 서아시아 등 힘과 높이를 지닌 공격수를 상대하는 데 버거워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베트남은 이번 대회에서 철통같은 수비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과 8강에서 격돌하는 우즈베키스탄과 더불어 이번 대회 유일하게 무실점 수비를 펼치고 있다.
U-20 월드컵을 경험한 수비수 트란 딘 트롱과 도 두이 만, 딘흐 트롱 등 스리백의 중심 구실을 하는 자원들이 박 감독 부임 이후 오랜 기간 손 발을 맞추면서 힘을 내고 있다. 특히 강인한 성향을 지닌 박 감독 스타일에 맞게 상대 공격수와 일대일 경합을 두려워하지 않는 게 크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베트남이 역사적으로 많은 외세의 침략을 받고도 싸워이긴 베트남인 특유의 강인한 본성을 박 감독 부임 이후 축구 종목에서 경기력으로 승화시켰다고도 평가한다.
단기간에 수비수들의 경쟁력이 향상된 건 박 감독 특유의 친근한 리더십도 한몫한다. 최근 수비수 딘흐 트롱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선수들을 지극히 사랑하는 감독님’이라는 글과 함께 박 감독이 선수의 발을 정성스럽게 마사지하는 영상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그만의 ‘파파 리더십’이 베트남 선수들은 물론,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면서 ‘원 팀’으로 더 힘을 내는 것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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