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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자영기자] 최근 크래프트 맥주(수제 맥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다양한 맛과 향의 수제 맥주 출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업계 내 경쟁도 치열한 가운데 ‘핸드앤몰트’의 도정한 대표(44)가 국내 수제 맥주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도 대표가 2014년 남양주에 설립한 핸드앤몰트 크래프트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신선하고 맛 좋은 수제 맥주가 맥주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도 대표의 화려한 이력도 화제다. 그는 미국 명문대를 졸업한 뒤 남들이 부러워하는 외국계 기업에 다니던 ‘엄친아’에서 자신의 꿈을 쫓아 수제 맥주 사업가로 변신했다. “크래프트 장인 정신으로 맛있고 좋은 수제 맥주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품은 그를 서울 경복궁역 인근에 위치한 ‘핸드앤몰트 탭룸’에서 만났다.
◇잘 다니던 MS 그만두고, 맥주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소위 ‘잘 나가는’ 외국계 IT 기업 임원이었던 그가 뒤늦게 수제 맥주 사업에 뛰어 든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미국 서부 명문대인 UCLA(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앤젤레스)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뒤 아리랑TV 기자·앵커·뉴스 PD를 거쳐 2005년 부터 마이크로소프트(MS) 싱가포르, 한국 지사 등에 몸 담았다.
그는 “건전하고 즐겁고 행복한 주류 문화를 만드는 데 작은 역할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도 대표는 “맥주 한 잔이 주는 행복이 있다. 사람들이 내가 만든 맥주를 마시면서 기뻐하고 행복한 웃음을 짓길 바랬다”면서 “물론 당시 지인들은 왜 잘 다니던 MS를 그만두고, 맥주 사업에 뛰어드냐며 만류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막연했던 꿈을 차근차근 현실로 이뤄내고 있다. 도 대표는 2014년 4월 ‘더 핸드앤몰트 브루잉 컴퍼니’를 설립 한 후 2015년 국내 크래프트 맥주 브랜드 최초로 약 200평 규모의 청평 홉 농장을 열었다. 청평 홉 농장에서 직접 재배하고 수확한 신선하고 풍미 가득한 이 홉들은 핸드앤몰트의 대표 수제맥주로 탄생한다. 이듬해에는 소규모 제조 면허 최초로 캔 제품을 만들었고, 2016년 6월에는 국내 첫 천연 애플사이더를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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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수제 맥주 출시 공 들여…아내 지원도 ‘든든’
물론 우여곡절도 경험했다. 핸드앤몰트는 2014년 주세법이 개정 된 이후 시장에 첫 진입한 2세대 양조장이다. 당시만 해도 대중적이지 않았던 수제 맥주의 원료 레시피를 바꾸기 위해선 절차와 과정이 복잡했다. 그는 “수제 맥주 원료 레시피를 바꾸기 위해 관련 부처를 상대로 오랜 시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했다”면서 “수 개월 간의 노력 끝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귀리를 넣은 수제 흑맥주가 탄생하게 됐다”라며 뿌듯해했다.
도 대표는 특히 깻잎, 오미자, 김치 유산균 등을 활용한 한국식 수제 맥주를 만드는 데 공들이고 있다. 그는 “수제 맥주의 신선함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에서 자라는 원료를 사용하려고 노력한다”면서 “교포 출신으로 한국적인 요소를 많이 접목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핸드앤몰트의 유일한 직영 매장인 ‘핸드앤몰트 탭룸’ 역시 한옥을 모티브로 꾸며졌다. 내년에는 사명인 핸드앤몰트에서 착안해 몰트(보리) 맥아를 활용한 수제 맥주도 론칭 할 계획이다.
도 대표는 ‘톱 모델’ 송경아의 남편으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는 든든한 아내의 지원을 전하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도 대표는 “직장을 그만두고 수제 맥주 회사를 차린다고 하니 아내가 불안해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가장 든든한 지원자이자 조력자이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이어 그는 “아내가 디자인 감각이 뛰어나다. 핸드앤몰트 로고도 아내의 초안 디자인을 바탕으로 탄생했다”면서 아내를 향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AB인베브가 인수…“크래프트 장인 정신 결코 잊지 않아”핸드앤몰트는 최근 세계 최대 맥주회사인 AB인베브에 인수된 사실이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AB인베브는 한국 오비맥주의 글로벌 본사로, AB인베브가 한국의 소규모 양조장을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핸드앤몰트가 대규모 맥주회사에 인수 돼 소규모와 다양성으로 대변되는 수제 맥주의 정신을 잃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도 대표는 “AB인베브는 우리가 보다 다양한 맥주를 일관성 있게 만들 수 있도록 기술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결코 맥주 맛을 타협하거나 장인 정신을 훼손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수제 맥주 시장을 키우고, 맛있는 수제 맥주를 소비자들에게 조금 더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세간의 우려를 일축했다.
이는 그의 궁극적인 목표와도 맞닿아있다. 도 대표는 “크레이지(crazy)한, 한국 최고의 수제 맥주를 만들고 싶다. 소규모 양조장을 만들어 오로지 새로운 맥주 개발에만 집중할 계획”이라면서 “이렇게 탄생한 핸드앤몰트의 신선하고, 맛 좋은 맥주를 착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이 전국 어디에서든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sou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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