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민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배우 김명민이 영화 ‘물괴’(허종호 감독)로 또 한 번 명절 특수를 노리고 나섰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오는 12일 개봉하는 ‘물괴’는 국내 최초 크리처 사극 액션을 표방하며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선사할 예정인 가운데, 주인공으로 나서는 김명민은 전매특허 안정적인 사극 연기로 영화의 흡입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 내내 김명민의 목소리에서 은근히 ‘물괴’에 대한 자신감이 드러나는데, 이번 영화에서 함께 한 배우들과 호흡에 만족감이 높은 이유도 있었다. 그는 먼저 이번 영화로 스크린 데뷔하는 여주인공 혜리에 대해서는 “잠재력이 충분하다. 안에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좋다. 말귀를 빨리 알아들어서 어떤 디렉션을 주면 딱 알아챈다. 그건 센스다. 그건 아무리 말한다고 해서 되는게 아니다. 그게 탁월하다. 또, 수도 없이 얘기하는 게 혜리의 기본자세다. 첫날 거지처럼 하고 나타난 현장에서의 모습은, 아직까지 내 뇌리에 박혀있다. 뭐든지 다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다. 앞으로 잘 될거다”라며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했다.

콤비 호흡을 맞춘 김인권에 대해서는 “연기하는 거보면 너무 잘 한다. 지금까지 해온 작품을 거의 다 봤다. 그리고 그 과정이 다 보인다. ‘이 연기를 하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나’가 다 보인다. 같은 배우가 보면 다 보인다. 노력으로 만들어진게 다 보인다. 그 노력이 다 보여서 배우로서 존경심까지 생긴다고 할까. 옛날부터 좋아했다. 그런데 작업을 같이 한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솔직히 서로가 서로를 알아봤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이었다. 유유상종이라고, 열심히 하는 사람끼리 통한 것 같다. 인권이랑은 배우의 열정이라는 점에서 딱 맞닿는 부분이 있었다. 끊임없이 주고 받고, 강약을 서로 잘 맞췄다. 제가 해야할 일이 전체적인 힘의 안배인데, 그런 부분에서 인권이와 합일점이 잘 맞았다”고 만족해했다.

그의 말대로 ‘물괴’는 힘의 안배를 잘 한 영화로 볼 수 있다. 아주 비장하지도, 아주 코믹하지도 않게 적절한 선을 유지하며 영화의 재미를 높였고, 장황한 설명 대신 압축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며 속도감을 높였다. 다만, 관객들은 전후사정을 상상하며 영화를 따라가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이에 김명민은 “서사가 길기 때문에 너무 많이 보여주면 크리처 무비에 이율배반적인 부분이 생겨서 축약해서 가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이걸 너무 오락영화로만 가기에는 실록에 있는 내용을 살리지 못하는 상황도 생겨서 고민도 됐다. 톤앤매너를 잘 가지고 간 건 허종호 감독이 정말 잘 한 것 같다. 힘의 배합은 정말 잘 한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김명민

또한, 김명민은 무게감 넘치는 모습부터 코믹하고 인간미 넘치는 모습까지 다소 상반된 이미지를 넘나들면서도 안정감 있게 배역을 소화했다. 그동안에도 항상 인정받은, ‘믿고 보는’ 연기력 덕분이었다.

그런 그도 한때는 연기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김명민은 “뭔가 더 잘 하려고 할때, 어릴때, 욕심이 막 이만큼이고 내가 가진 실력은 요만큼일때 그랬다. 세월이 지나고 보면 부질 없는 짓이다”라고 한뒤 “연기를 모자르게 하는 법을 깨우칠 때까지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지금도 모자르게 못하는데, 그건 신의 경지에 올라설 수 있는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연기를 모자르게 하는 법에 대해 자세히 묻자 “어떤 역을 할 때 이걸 넘어버리면 오버인데, 이걸 넘으면 뭔가 한것 같고 뿌듯하다. 그런데 그게 화면에 나오는 걸 보면 쥐구멍으로 들어가고 싶다. 어떤 때는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그냥 넘어간다. 감독도 오케이 했으니까. 그래도 몇날며칠 찜찜해하지만, 나중에 보면 너무 자연스럽다. 그래서 모자란게 넘치는 것보다 낫다. 과유불급. 그런게 그렇게 하는게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런 이유로 김명민은 촬영할 때 보통 많은 배우들이 틈틈이 모니터를 보며 자신의 연기를 확인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명민은 “모니터 하면 내 얼굴만 본다. 단점, 어색한거. 그런데 그게 나중에 편집되고, 하다보면 다 빠진다. 그걸 아니 모니터를 보면 욕망이 꿈틀거리게 된다. 그만큼 힘이 들어간다. 그래서 모니터를 아예 안하려 한다. 그냥 감독에 맡기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가 지금의 연기력을 얻기까지 들인 노력은 무엇일까. 그는 “발성이나 발음훈련을 많이 했다”면서 “안 믿겠지만, 지금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건 우리가 하루 세끼, 혹은 두끼 먹는다 하면 그렇게 밥먹듯이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저는 말을 할 때 대사가 꼬이는게 너무 싫다. 그래서 평상시에 혼자 있을 때에도 볼펜 물고 말하려 한다. 평소에 똑바로 말할 수 있으면 흐리게도 할 수 있고 얼버무리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평소에 그렇게 안 하면 똑바로 하려고 하려 할때 못하게 된다”고 한뒤 “그래서 지금도 발음 훈련은 계속 한다. 지금도 볼펜을 문다. 화장실에 볼펜이 있다. 그냥 오랜 습관이다. 학교 다닐 때부터 했으니까 20여년 됐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평소에도 남다른 노력을 하는 김명민이 마음이 잘 맞는 후배배우들과 연기한 ‘물괴’여서 관객들의 마음도 흡족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cho@sportsseoul.com

사진|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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