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정운찬 KBO 총재, 무슨 말을...어떻게...?
정운찬 KBO총재가 12일 서울시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을 준비하며 문서를 살피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 정운찬 총재는 지난 12일 “한국야구 미래 협의회를 구성해 한국 야구계 전반을 들여다보고 구조적인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올해 목표는 산업화를 위한 궤도 확립”이라고 강조했다.

정 총재의 주장과 KBO의 행보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KBO가 프로야구 선수협회와 논의를 시작한 프리에이전트(FA) 상한선 도입안만 봐도 그렇다. KBO는 지난 18일 이사회를 개최해 FA 상한선 도입 등을 가능한 이른 시점에 시행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 내용을 선수협에 전달했고 이르면 다음주 중 검토한 의견을 전달받기로 했다.

[포토]양의지, 나갈 준비중!
두산 양의지가 14일 잠실 kt전 1회 타석을 준비하고 있다.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FA 상한제를 도입하면 1년 최대 20억원 이내에서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알려진대로 4년 총액 80억원 규모라면 연간 20억원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이 KBO의 해석이다. 가령 6년 계약을 맺는다고 가정하면 120억원이 최대치라는 의미다. 올해 FA 최대어로 꼽히는 두산 양의지는 어떤 구단과 계약하더라도 연평균 20억원 이상 받을 수 없다. 똑같이 80억원을 제시한 타 구단으로 이적할 경우 양의지를 향한 두산팬의 상실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는 좋지만 방법론에서는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KBO측은 “각 구단이 재정압박을 받고 있는게 사실이다. 외국인 선수와 FA가 구단내 총 연봉 액수의 70%에 이르는 팀도 있다. 소득격차를 좁히고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는다는 차원의 접근이라고 생각해달라”고 강조했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는 구단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당장 양의지의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인 두산을 비롯해 안치홍과 김선빈이 내년에 동시에 FA 자격을 얻는 KIA 등은 상한선 80억원 도입이 하루라도 빨리 시행되면 다른 구단의 눈치를 살필 필요없이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 철저히 사용자(구단)의 구미에 맞는 제도인 셈이다. 심지어 KBO측은 “상한선 80억원이 영원한 것도 아니고 시행해보고 시장 규모에 맞게 언제든 수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개정안이 올해부터 1, 2년 내에 쏟아져나올 대형 FA들의 몸값을 의도적으로 낮추려는 담합으로 비칠 수도 있다.

[포토]안치홍, 오늘은 내가 해결사
KIA 안치홍이 18일 대구 삼성전 1-1로 맞선 3회 만루 홈런을 때려낸 뒤 홈을 밟고 있다.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선수들 사이에서는 “FA 자격취득 기한을 대졸 6년, 고졸 7년으로 낮추고 재자격 취득 년한을 폐지한다면 80억원도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졸 6년차에 FA 귄리를 행사하고 2년이든 6년이든 계약한 만큼 시간이 지나면 다시 FA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한다면 수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이번 제도 개선은 FA 뿐만 아니라 선수단 운영에 관한 제반사항 전체를 들여다보고 폭넓게 논의해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저연봉 등 실질적인 복지에 대한 논의도 더 필요하다. 고액 연봉자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보다 저연봉 선수들에게 더 큰 혜택을 돌려주는 것이 커미셔너가 할 일이기 때문이다. 몸값 빈익빈 부익부도 한국 야구의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미래발전 협의회에서 이해당사자와 활발한 토의를 거쳐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 총재의 이상과 10개 구단이 처한 현실 사이의 괴리감이 생각 이상으로 커 보인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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